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强)달러 발언에 원달러 환율이 다시 1,060원대 중후반까지 뛰었다. 전날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의 약(弱)달러 옹호 여파로 급락한 지 하루 만이다. 무역적자 줄이기에 나선 미국 정부의 ‘글로벌 구두개입’에 전 세계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원90전 오른 1,065원50전에 거래를 시작했다. 전날 11원 넘게 급락해 1,050원대로 떨어진 지 하루만에 1,060원대를 회복했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 가치를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달러는 점점 더 강해질 것”이라며 “나는 궁극적으로 강한 달러를 보길 원한다”고 말했다. 전날 므누신 재무장관이 “미국의 무역 기회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달러화 약세가 분명히 미국에 좋다”며 달러 약세에 기름을 부은지 하루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정반대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므누신 장관의 발언에 대해 “정확한 그의 성명을 읽어봤다”며 므누신 장관의 발언이 맥락을 벗어나 잘못 해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환시장은 또 한바탕 요동쳤다. 전날 므누신 장관 발언의 여파에 88.44까지 폭락했던 달러인덱스는 89.6 가까이 치솟았다가 89.4에 상승 마감했다. 4거래일 만의 상승 마감이다. 달러인덱스는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다.
달러가 전날의 낙폭을 만회하면서 원달러 환율도 1,060원대 중반으로 다시 올라섰다. 밤 사이 미국 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가 또 한 번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부각된 점은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릴 수 있는 재료다. 하지만 전날 달러 급락의 반작용으로 크게 올랐던 위안화에 대한 중국 당국의 경계심이 커진데다 1,060원 방어 의지를 드러냈던 우리 외환당국의 존재감도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060원대 중반을 중심으로 움직일 전망이다.
원엔 환율(하나은행·9시 기준)은 전 거래일보다 1원79전 내린 971원55전에 거래를 시작했다. 달러가 낙폭을 만회하면서 엔화도 상대적인 강세가 다소 잦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