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뒤집기 명수 트럼프, 환율도 TPP도 너울질

"强달러 원한다" 트럼프 발언에

달러 급반등…환율 1,063원대

보호무역 이어 대놓고 환율 개입

탈퇴한 TPP도 "재가입 할수도"

"美 우선주의, 혼자만의 이익 아냐"

다보스포럼 폐막 연설서 밝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유의 ‘말 뒤집기’가 글로벌 리더들이 집결한 스위스 다보스에서 폭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궁극적으로 나는 강한 달러를 보기 원한다”며 전날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의 달러 약세 옹호 발언을 하루 만에 뒤집었다. 이는 지난해 수차례에 걸쳐 “달러가 지나치게 강세다. 이는 우리를 죽이고 있다”며 달러화 약세를 유도해온 자신의 기조와도 상반되는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해 취임 일성으로 탈퇴를 선언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도 재가입할 의사를 밝히면서 회원국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리고 있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미 CNBC방송과 인터뷰를 갖고 “달러화는 점점 더 강해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강달러를 유도하는 노골적인 구두 개입에 나서면서 외환 시장은 또다시 요동쳤다. 전날 “무역과 기회 측면에서 확실히 약한 달러가 미국에 좋다”는 므누신 장관의 발언으로 3년여 만에 최저수준으로 급락했던 미 달러화 가치가 급반등하면서 26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원30전 오른 1,063원90전에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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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 시장의 혼란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파격적인 구두 개입에 나선 것은 다보스에서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하며 외국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독려하려 한 측면이 있지만 앞서 므누신 장관이 ‘통화 전쟁’을 촉발할 만한 위험 수위의 발언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사자 이를 진화하려는 의도도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25일 통화정책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정부가 통화정책에 인위적인 개입을 하지 않기로 한 지난해 10월 국제사회의 합의를 깨고 있다”며 이례적인 고강도 비판을 가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포럼 폐막 연설에서 “미국 우선주의가 단순히 미국 혼자만의 이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의 번영이 세계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논리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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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트럼프가 “환율을 무역협상 카드로 쓰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환 당국 관계자는 “현재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환율 칼자루도 우리가 쥐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진행 중인 NATFA 6차 협상에서 미국 정부가 더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기 위한 협상 카드로 달러의 외환 시장 영향력을 과시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강달러 선호’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무역협정 재협상과 중장기적인 달러화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보스에서 지난해 탈퇴를 선언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도 미국이 재가입할 의사를 보이며 뒤집기를 시도했다.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실질적으로 더 나은 협상을 할 수 있다면 TPP를 다시 하겠다”고 말하며 재협상을 시사한 데 이어 26일 폐막 연설에서도 “상호 이익이 되는 공정한 쌍방 무역의 협상을 원한다”며 TPP 재협상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이 진척되지 않자 통상정책에서 뒤처지는 데 초조감을 느낀 트럼프 대통령이 윌버 로스 상무장관을 질책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며 이날 발언이 트럼프 정부의 초조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갑작스러운 불참 선언에 좌초될 위기를 맞았던 TPP는 일본·캐나다·베트남·호주 등 11개국이 전열을 재정비하며 다자간 자유무역의 큰 틀을 유지하기로 해 오는 3월8일 공식 서명을 기다리고 있다. /뉴욕=손철특파원 빈난새기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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