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대북 금융제재 구멍 날라...韓 가상화폐 거래 조사 요구한 美

6개 국내銀 뉴욕지점에

"자금세탁 방지대책 내라"

미국 뉴욕주 금융당국(DFS)이 국내 6개 은행의 뉴욕지점에 한국의 가상화폐 거래 실태 및 자금세탁 방지 대응에 관한 보고를 요구했다. 미국이 한국 본점 업무에 관해 요청한 것은 극히 드문 일로 가상화폐가 자칫 대북 금융제재의 구멍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뉴욕 DFS는 최근 우리·IBK기업·신한·KB국민·NH농협·산업 등 국내 은행 뉴욕지점에 국내 본점 가상화폐 거래 실태와 최근 진행됐던 금융감독원과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가상화폐 거래 관련 자금세탁 방지 이행 검사 내용에 대한 보고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뉴욕지점을 통해 공문이 오기는 했는데 국내 자료를 개별적으로 제공해도 되는지 여부를 검토 중이며 6개 은행과 금융당국이 공동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실제 공문 내용을 보면 뉴욕주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 시 실명확인 등 내부지침 및 규정을 갖추고 있는지 등의 자세한 거래 실태 △한국 금융당국의 자금세탁 방지 이행 검사의 주요 내용 등에 대해 상세하게 답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이 한국 내 상황에 대한 자료를 요청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미국 정부는 최근 우리 정부가 가상화폐 특별대책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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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은 북한이 가상화폐를 통해 자금세탁을 할 가능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어 국내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미국 백악관과 영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전 세계 150여개국에서 수십만 대의 컴퓨터를 마비시킨 후 비트코인을 요구했던 이른바 ‘워너크라이(WannaCry)’ 공격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했다. 또 해킹으로 파산 위기에 몰렸던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유빗에 대해 북한의 해킹설이 돌기도 했다. 북한은 현재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최고 수준 제재 대상으로 미국은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북한으로 흘러들어가는 돈줄을 차단하기 위해 강한 압박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테러·금융정보 담당으로 대북 금융제재 업무를 맡고 있는 시걸 맨델커 미국 재무부 차관이 지난 25일 금융위원회를 방문한 것도 주목된다. 그는 북한을 ‘불량 정권(rogue regime)’으로 규정하며 “북한의 불법 금융 네트워크 붕괴에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5일 예정됐던 기자간담회를 돌연 취소했던 맨델커 차관은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과 비공개 면담을 갖고 가상화폐와 관련한 자금세탁 방지 조치 공조방안을 논의했다. 김 부위원장은 “우리 정부가 가상화폐의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취하고 있는 조치들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북한 관련 자금세탁 문제까지 논의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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