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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가는 독감 백신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수십 년간 효력이 지속되는 미래의 독감 백신이 필요하다.

독감 백신은 당신은 물론 당신 주변의 모두를 보호해 준다. 미국 질병 관리 본부는 2015년과 2016년 사이의 겨울 한 철 동안 독감 백신으로 인해 510만 건의 독감 발병이 예방되었다고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매년 시간을 내서 독감 백신 맞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단 한 번의 백신 접종으로 모든 독감을 평생 막을 수 있다면 대단하지 않을까?





과학자들은 실제로 1년 이상 효력이 지속되는 독감 백신을 개발하려고 노력한다. 테네시 주 내쉬빌에 위치한 밴더빌트 대학 메디컬 센터 산하 밴더빌트 백신 센터의 소장 제임스 크로우는 “우리는 매년 새로 접종받지 않아도 되는 독감 백신을 원하고 있다. 또한 한 종류의 독감이 아니라, 대부분, 적어도 다수의 독감을 막아낼 수 있는 백신도 원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희망은 그저 희망일 뿐이다.

그럼 독감이 인간을 앞서나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인간들이 거기에 반격하는 방법은?


왜 매년 독감 백신을 맞아야 하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독감은 매우 신속하게 변이한다. 매년 엄청나게 많은 작은 변이가 일어난다. 또는 매우 큰 변이가 일어나 1918년 독감 대유행 같은 전 세계적인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독감 바이러스는 매우 신속하게 변이하는 흔치 않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두 개의 독감 바이러스가 하나의 인간이나 동물에게 감염될 경우, 이들은 게놈 조각을 서로 교환하여 기존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변형이 된다. 크로우는 “대부분의 바이러스는 이런 능력이 없다. 변이하기는 하지만 유전자를 혼합해 새로 맞출 수는 없다”고 말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새 독감 바이러스가 인간 면역계가 방어하기 힘들어질 정도로 큰 변이를 일으킬 경우, 대유행을 일으킬 수 있다. 기존에 동물에게서만 발견되었던 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자 조각을 보유했을 경우 그럴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크로우는 “신종 조류 독감은 이렇게 인간에게 전염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한다.

다행히도 이런 일은 빈번하게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독감 바이러스는 이만큼 변이하지 않아도 인간들을 충분히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 독감 바이러스는 대부분의 다른 바이러스에 비해 작은 유전자 변이를 더욱 빠르게 축적할 수 있다. 크로우는 “독감 바이러스는 숙주의 몸 속에서 계속 변이한다”고 말한다.

독감 바이러스가 복제 중 많은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는 것도 그 원인 중 하나다. 게다가 이것으로 아직 얘기가 끝난 것이 아니다. HIV나 C형 간염 같은 만성 감염을 일으키는 소수의 바이러스들도 인체에 들어온 후 끊임없이 변이한다. 그러나 다른 바이러스는 실수를 통해 얻는 것이 많지 않은 것 같다. 뉴욕의 시나이산 이칸 의대의 바이러스 학자 피터 팔레스는 “홍역 바이러스도 이런 복제 방식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왜 홍역 바이러스는 변이가 없는데 독감 바이러스는 변이가 심한가?”라고 묻는다.

그 답은 독감 바이러스가 인간 면역계를 교란하는 방식에서 얻어야 한다. 독감 바이러스에는 헤마글루티닌이라는 단백질이 붙어 있다. 이 단백질 때문에 독감 바이러스는 기도 세포에 들러붙을 수 있다. 또한 인간 면역계의 주의를 끄는 작은 고리들도 많이 가지고 있다.

크로우는 “마치 피뢰침처럼, 이 고리들은 무수히 많은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독감은 중요치 않은 곳에 인간 면역계의 주의를 모으는 트릭을 쓴다.” 이 고리들은 끝없이 변할 수 있다. 그리고 바이러스의 생존에는 이 고리가 중요치 않기 때문에, 고리를 망가뜨리지 않고도 얼마든지 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

즉, 독감 바이러스는 마지막 백신을 통해 얻은 면역력도 효과가 없을 만큼 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크로우는 “이는 사소한 변이지만, 이 때문에 매년 백신을 새로 맞아야 한다” 고 말한다.





더 나은 방법은 없나?

매년 우리가 맞는 백신은 연구자들이 그 해에 가장 유행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한 3~4종의 독감 바이러스를 막는다.

이 방식은 몇 가지 단점이 있다.


매년 모두에게 백신을 접종시키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많은 수의 사람들이 면역에 빈틈이 생긴다. 인구의 80~90%가 독감 백신을 맞는다면 집단 면역이 생겨 바이러스를 좌절시킬 수 있다. 그러면 바이러스는 노인들이나 기타 취약 집단에게 덜 전파될 수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백신 보급률은 아주 미미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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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유행할 독감의 종류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크로우는 “실제로 독감이 등장하기 전에 예측해야 한다”고 말한다. 백신 회사에서 백신을 생산하는 데는 무려 약 6개월이나 걸리기 때문이다.

크로우는 “백신 회사들이 봄부터 부지런히 일해야 겨울에 충분한 양의 백신을 보급할 수 있다. 그리고 최상의 예측이 어긋나는 것도 간혹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독감 백신의 방어율은 피접종자 수의 10~60% 사이로, 그 해 유행할 독감 종류를 얼마나 잘 맞추느냐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독감 바이러스는 급격히 변이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독감 백신은 대유행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력은 좋지 못한 경우가 많다. 지난 2009년 H1N1 대유행 때도 그랬다. 팔레즈는 “새 백신은 너무 늦게 나왔다”고 말했다.

그래서 팔레스와 다른 연구자들은 공용 독감 백신을 만들려고 한다. 대유행을 일으키는 것까지 포함해서 모든 종류의 독감 바이러스를 평생 동안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팔레스는 “현재의 독감 백신도 효과가 좋지만 더 좋은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의 독감 백신은 헤마글루티닌의 끝에 있는 특정 고리를 알아보도록 인간 면역계를 훈련시킨다. 헤마글루티닌은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에 달라붙을 때 쓰는 단백질이다. 그러나 바이러스의 다른 부분, 예를 들면 고리 아래에 있는 줄기 모양의 헤마글루티닌 같은 것은 그리 크게 변이하지 않는다. 팔레스의 말에 따르면 몇 년 전 과학자들은 면역계가 이런 부분에 대해 만드는 항체가 독감 바이러스의 복제를 막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와 동료들은 인체에 바이러스의 덜 변이하는 부분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리는 백신을 개발 중이다. 팔레스는 “면역계가 바이러스 표면의 고리에 신경을 덜 쓰게 하는 방법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한다.

이들의 백신 첫 버전은 현재 글락소스미스 클라인 사 및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의해 임상실험 중이다. 한편 영국의 연구자들은 3~4년간 보호 효과가 지속되는 또 다른 독감 백신을 실험 중이다. 또한 네브래스카 바이러스학 센터의 과학자들은 또 다른 방식으로 공용 독감 백신을 만들고 있다.

이 팀 소속 에릭 위버는 최근 <뉴스위크> 지에 “진화의 특정 지점에는 선조가 있기 마련이고, 모든 독감 바이러스는 하나의 선조에서 진화했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백신은 선조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모방한 유전자를 사용한다. “선조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얻게 되면, 이 바이러스에서 진화해 나간 모든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주사기 속의 독감 백신 : 독감 바이러스는 매우 빨리 변이하므로, 매년 새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 매년 독감 백신을 맞을 수는 없다.주사기 속의 독감 백신 : 독감 바이러스는 매우 빨리 변이하므로, 매년 새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 매년 독감 백신을 맞을 수는 없다.



공용 독감 백신은 언제 나올 것인가?

이러한 백신들을 다듬어 현재 사용되는 것만큼 안전하다는 것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크로우에 따르면, 몇 년은 더 걸린다고 한다.

팔레스는 몇 달의 간격을 두고 2회 접종받는 백신을 만들고자 한다. 이는 홍역-볼거리-풍진 백신 또는 인유두종 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가다실과도 비슷하다. “언젠가는 한 번 접종으로 평생 효력이 발휘되는 백신, 적어도 지금보다는 효력이 더 오래가는 백신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한다.

계획대로 된다면 이러한 백신은 매년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A와 B의 모든 변형을 막아줄 것이다. 인플루엔자 B 바이러스는 인간에게만 발견된다. 따라서 이것을 예방하는 백신이 나온다면 사실상 이 바이러스는 멸종되는 것이다. 팔레스는 “하지만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는 그만큼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는 조류와 포유류에게서도 발견되며 가끔씩 대유행을 일으킨다. 이 바이러스를 나르는 동물을 모두 죽이거나 백신을 접종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바이러스는 계속 살아남아 변이할 것이다. 그래도 수십 년 이상 보호 효과를 내는 백신을 만들 수는 있을 거라고 팔레스는 말한다.

독감 백신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인체의 반응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백신을 접종받은 건강한 사람에게 면역력이 생기는지 예측할 방법이 현재는 없다. 팔레스와 동료들은 올해 지원자들을 모아 이들을 독감 바이러스에 노출시켜, 면역계의 반응을 관찰할 것이다. 팔레스는 “처음에는 면역 반응을 매우 세밀하게 측정할 것이다. 가능한 모든 것을 측정하여 예측이 가능한지를 알아낼 것이다”라고 말한다.

독감은 교활한 적이다. 따라서 진정한 공용 독감 백신이 나오려면 아직 멀었다. 크로우도 “어쩌면 한 번의 접종으로 모든 독감을 방어하는 백신은 결국 나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지금보다 더 나은 방법은 찾아낼 수 있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많은 종류의 독감으로부터 더 오랫동안 방어해주는 백신은 나올 것이다.

크로우는 “아무리 안 되더라도 현재의 백신을 개량해 대유행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를 막아내는 것은 확실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한편 인간은 독감의 전파를 어렵게 할 수도 있다. 독감철의 강도와 등장할 바이러스 종류에 대한 예측 능력은 높아지고 있다. 백신을 접종받지 않은 사람이라도 최대한 빨리 접종받아야 한다. 팔레스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백신은 접종받는 편이 훨씬 낫다”고 말한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Kate Baggaley

Kate Bagga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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