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밀양내 요양병원 방화문 관리 여전히 부실

시내 병원 3곳 둘러보니

잠겨 있거나 일부 아예 미설치

비상구에 수하물 적재 한 곳도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로 39명이라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방화문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종병원 1층에 방화문이 없어 화재로 발생한 열기와 유독가스가 차단되지 않으면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은 유독가스를 막기 위한 방화문 점검이 중요하지만 일반병원에 비해 방화문 관리는 더 부실한 실정이다.

30일 서울경제신문이 밀양 시내 요양병원 3곳을 둘러본 결과 방화문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A요양병원에 들어서자 1층과 2층을 이어주는 곳에 방화벽이 있었지만 문이 잘 닫히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연기와 불길이 좁은 문틈으로도 빠르게 퍼지는 것을 고려하면 큰 참사가 났음에도 안전불감증은 여전해 보였다.

30일 경남 밀양시 한 요양병원 1층에 설치된 방화문에 비밀번호 도어록이 설치돼 있다. /박우인기자30일 경남 밀양시 한 요양병원 1층에 설치된 방화문에 비밀번호 도어록이 설치돼 있다. /박우인기자


방화문은 연기와 유독가스를 막아주기도 하지만 생존자들이 탈출할 수 있는 ‘생명 통로’ 역할도 한다. 화재가 발생하면 엘리베이터 사용이 금지돼 방화문을 통해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요양병원에서는 방화문에 비밀번호를 설정해 비상상황 시 탈출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실제 기자가 건물 벽에 붙은 비밀번호를 찾아 눌렀지만 키가 먹히지 않아 시간이 지체됐다. 고령의 노인 환자가 화재 등 비상상황에서 이 문을 열고 탈출하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방화문뿐 아니라 소방시설 관리도 심각한 문제다. A요양병원은 화재감지기는 있지만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B요양병원은 화재 시 환자를 이송해야 할 비상구 앞에 빨래를 널어놓은 건조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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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장은 “밀양 세종병원 참사에서 보듯 방화문 유무는 화재 시 굉장히 중요하다”며 “다중이용업소 등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에 대해 법적으로 방화문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서울 시내 노인병원 등 시설도 화재에 무방비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지난해 11월부터 시내 노인요양병원 106곳, 노인요양시설 239곳을 대상으로 소방특별조사를 진행한 결과 42곳에서 총 135건의 소방안전 불량을 적발했다고 이날 밝혔다. 조사에서는 소화설비 불량 35건, 경보설비 불량 21건, 피난설비 불량 58건, 건축법 위반 10건, 기타 10건 등이 적발됐다. 서울시는 시내 요양병원 106곳 모두에 간이 스프링클러를 오는 6월까지 설치하기로 했다. /밀양=박우인·황상욱기자 wipark@sedaily.com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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