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나르시시스트 리더] 대중들이 '스트롱맨'에 현혹되는 이유는...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와이즈베리 펴냄

트럼프·마오쩌둥·나폴레옹 등

'부정적 나르시시즘' 소유자들

자기애 성향·과감한 행동 통해

대중들은 자아결핍감 대리만족

나르시시스트 정치인 막으려면

공약 등 객관적 파악 능력 길러야

‘부정적 나르시시스트’의 전형으로 소개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AP‘부정적 나르시시스트’의 전형으로 소개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AP


온 마음을 내어 줄듯 사람을 달궈놓고 언제 그랬냐는듯 차갑게 돌아서 애간장을 녹이는 사람이 있다. 애정 문제에서라면 ‘밀당의 귀재’라고 하겠지만 정치인이 이런 전술을 편다면 ‘차가운 코케트’, 좀 더 보편적으로는 ‘나르시시스트(자아도취자)’라는 꼬리표를 달아줘야 마땅하다. 마오쩌둥이나 나폴레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권력을 손에 쥐기 전까진 대중의 결핍을 파고들며 능수능란하게 감정을 자극하고, 리더가 된 이후에는 진실왜곡과 공포 조장을 서슴지 않으며 대중을 통제 아래 두려 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 같은 유형의 리더가 전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는 점. 좀 더 넓게는 극우정당의 득세, IS에서 촉발된 테러의 프랜차이즈화 역시 나르시시즘을 촉발하는 사회 구조에서 연원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독일의 심리 치료 전문가인 배르벨 바르데츠키는 ‘나르시시스트 리더’에서 나르시시스트 성향의 지도자가 전세계적으로 득세하는 이유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한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따귀 맞은 영혼’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등의 전작에서 각종 심리 장애와 중독증의 기저에 자존감 문제가 깔려 있다는 점을 지적했던 저자는 ‘나르시시스트 리더’에서도 정치인의 부족한 자존감이 부정적 자기애착(부정적 나르시시즘)으로 발현되는 과정을 대중적 필체로 짚어낸다.

나르시시즘을 이루는 핵심 재료는 열등감(낮은 자아존중감)이다. 나르시시즘 성향이 강한 사람은 타인의 인정을 받는 것에 집착하며 권력을 잡는 순간 자아존중감이 과도하게 부풀려지면서 이상 행동을 보이게 된다. 이들은 군중의 존경과 관심, 인정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데, 충분하지 않을 경우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내게 된다. 트럼프는 단적인 예다. 자신을 부정적으로 다루는 신문이나 방송의 취재를 차단하고, ‘대안적 사실’(거짓)을 유포하며, 그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인물들로 내각을 채운 점은 나르시시스트의 전형적인 행동양식이다.



이런 리더를 받아들이는 사회에는 역시 결점 투성인 유권자들이 있다. 스스로를 내세워 선봉에 서고 늘 과감하고 달변인 나르시시스트들과 달리 능력을 갖추지 못한 보완적 나르시시스트들은 리더의 과장된 행동을 통해 결핍을 채운다. 자신을 무의미한 존재로 느꼈던 사람들일수록 나르시시스트 리더들에 의존하는 경향은 두드러진다. 이들은 나르시시스트 리더의 이상행동마저도 강력한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여기며 그들의 행동을 통해 자아존중감이 강화되는 착각에 빠진다. “푸틴이 막강할수록 러시아는 강해지고 러시아가 강할수록 푸틴도 강해진다”는 아쇼트 가브렐리야노프 라이프뉴스 편집장의 말처럼 푸틴이나 트럼프 같은 ‘스트롱맨’과 대중이 맺은 환상의 동맹은 부정적 순환고리를 만들어내며 민주주의의 퇴보를 묵과하게 만든다.


문제는 소셜미디어의 대중화에 힘입어 자아효능감을 잃은 나르시시스트들이 끝없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팔로워와 ‘좋아요’ 숫자로 경쟁하는 시대에 우리는 진중하게 관계를 맺거나, 나의 내적 가치를 채우는 대신 자기 존재를 강하게 드러낼수록 사회적 영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공식을 내면화한다. 해소되지 않는 정신적 허기와 불만족에 우리의 삶은 갈수록 황폐해지지만 나르시시즘이 피어나는 토양은 갈수록 비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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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치인의 자기애착 성향을 주의 깊게 살피고 대응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부정적 나르시시스트 정치인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나르시시즘에 대처하는 방법은 생활 정치다. 저자는 “제대로 기능하는 민주주의적 장치는 물론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시민들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인이나 언론이 유포하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진위를 따질 때, 정치인의 공약을 숙고할 때, 자기주장을 소리 내어 말할 때 나르시시스트 정치인이 설 자리는 줄어든다. 무엇보다 건강한 자아존중감을 길러내는 학교 교육도 중요하다.

반대로 정치에 무관심하고, 유포되는 사실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때, 요란한 정치슬로건이나 공허한 약속은 끊임 없이 대중을 파고들고 힘을 발휘한다. 저자는 말한다. “이런 태도는 장기적으로 우리의 물질적 궁핍함도, 정신적 허기도 채워주지 못하며 포퓰리즘이 자라날 토양이 될 뿐이다. 나르시시스트에게 이런 토양은 천국이나 다름 없다.” 1만3,000원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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