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정몽원, 만도 복귀 첫 성적표 '먹구름'

작년 4분기 영업익 42%↓635억

글로벌 미래차 경쟁 치열해지는데

아이스하키협회장 집중 탓 지적도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만도(204320) 최고경영자(CEO)로 복귀한 후 받은 첫 성적표에서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다. 만도는 4·4분기 어닝쇼크 여파로 이날 주가가 18%나 급락했다. 올해도 만도의 경영난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만도는 7일 지난해 4·4분기 매출 1조5,101억원, 영업이익 63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11.3%, 영업익은 42% 급락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만도의 주력 부품 납품처인 현대·기아차의 판매 실적 악화와 원화 강세 여파에도 영업익이 700억~800억원은 기록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이 매우 안 좋았다. 특히 이번 영업이익에는 지난해 3·4분기 통상임금 패소에 따른 충당금 중 일부를 환급받아 170억원 전후의 이익이 반영됐다. 이런 효과를 제외하면 지난해 4·4분기 실적은 증권가 예상치의 절반 수준인 400억원에 머문 것이다. 만도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4분기 6.5%에서 4.2%로 주저앉았다. 이런 분위기가 반영돼 만도 주가는 이날 장중 20%까지 폭락했다.

0815A13 만도 4ㆍ4분기 실적 추이


업계에서는 예상보다 더 악화된 실적의 배경에 최근 만도의 방향키를 쥔 정 회장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 회장은 지난 2012년 10월 한라그룹 위기를 정리하기 위해 만도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났다. 이후 만도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겼다. 성일모 한라그룹 수석 사장이 대표적이다. 2014년 8월 부임한 성 사장은 만도가 한라그룹에서 사업회사로 분리된 첫해인 2015년 매출 5조2,992억원, 영업이익 2,656억원의 성과를 냈고 2016년에는 매출 5조8,663억원, 영업이익 3,050억원까지 끌어 올렸다. 사실상 만도의 반전을 이끌어낸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정 회장이 CEO로 부임하자마자 만도는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정 회장이 복귀할 당시만 해도 만도가 통상임금 소송 패소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오너가 직접 나서 비상 경영체제를 가동해 분위기 반전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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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 회장은 올해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본업인 만도 CEO보다는 한국아이스하키협회장으로 더 많은 역할을 한 모습이다. 미래 자율주행차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면서 주요 부품사 CEO들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수주전을 벌이는 상황에서도 정 회장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는 전언이다.

정 회장의 경영 드라이브도 브레이크가 걸리는 상황이다. 한라그룹이 어려움을 겪다 정상화됐다고 하지만 추진했던 다양한 신사업들이 대부분 어려움을 겪거나 폐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라그룹은 2009년 신수종 사업으로 의료관광업에 뛰어들었으나 2015년 사업 부진으로 사업을 청산했다. 2013년 인수한 경기도 여주 골프장과 2015년 뛰어든 화성동탄물류단지 사업도 적자에 빠져 고전했다. 2012년 진출한 전기자전거도 이렇다 할 분위기 반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었던 만도풋루스 카페 신사점이 식음료 사업을 접고 전기 자전거 판매에만 집중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만도는 한라그룹의 매출 60%를 차지하는 핵심 회사”라며 “미래차 경쟁이 치열해지는 부품 시장에서 제대로 된 경영 역량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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