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대 청년 실업자의 구직기간이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한국의 실업급여 제도가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해 충분하지 않다는 상황을 감안하면 그만큼 지난해 청년들이 오랜 기간 구직 고통을 받았다는 뜻이다.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0대(20∼29세) 실업자의 평균 구직기간은 전년 3.0개월 보다 0.1개월 늘어난 3.1개월이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가장 긴 수치다. 20대 평균 구직기간은 2002년 3.0개월을 기록한 뒤 줄곧 3개월을 밑돌았다. 하지만 2016년 제조업 구조조정 등 영향으로 평균 구직기간이 14년 만에 3.0개월로 올라섰고, 고용 상황이 회복되지 못하면서 1년 만에 다시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대학 졸업생이 몰려있는 20대 후반의 평균 구직기간은 3.4개월로 전 연령대 평균인 3.1개월을 훨씬 웃돌았다. 20대를 제외한 나머지 연령대 실업자의 평균 구직기간은 15∼19세 2.1개월, 30대 3.3개월, 40대 3.3개월, 50대 3.0개월, 60세 이상 2.7개월이었다. 모든 연령대의 평균 구직기간이 전년보다 0.1∼0.3개월 늘었지만 지난해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운 것은 20대가 유일하다.
서유럽처럼 실업급여가 잘 구비된 선진국에서는 장기 실업과 그에 따른 재정 부담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될 때가 많다. 반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통계상 실업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지 않다. 일자리를 잃은 일용직·임시직이 영세 자영업에 뛰어들거나 취업을 포기한 비경제활동인구로 편입되는 경우가 많아 상당수 통계상 실업 상태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용직·임시직과 자영업자의 증감 추이를 살펴보면 서로 증감을 반복하는 모습이 관측된다.
일용직·임시직 등 비정규직을 제외한 상용직의 고용 상황은 경기 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경직적인 편이다. 한국의 노동시장이 ‘과보호된 정규직과 과소보호된 비정규직’으로 이분화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구직기간이 짧은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특징을 감안할 때 ‘사상 최장 구직기간’ 기록은 그만큼 청년 고용 상황이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구직기간이 길어진 것은 지난해 상황이 좋지 않았던 청년 고용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업자의 구직기간이 길어지고 있지만 한국의 실업급여 지원은 여전히 빈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우리나라 실업급여의 순소득 대체율은 2014년 기준 10.1%로 주요 7개국(G7) 평균(25.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부는 7월부터 실업급여 지급 수준을 실직 전 3개월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인상할 계획이다. 실업급여 인상은 1995년 고용보험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구직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정규직·비정규직 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가 원인 중 하나”라며 “경기가 좋을 때는 괜찮지만 경기가 좋지 않으면 노동시장 구조 문제가 더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