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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땀 선사하고 값진 은…남자 팀추월은 한국의 新전략종목

올림픽 2연속 은메달

빙속 남자 팀추월 대표팀의 김민석(왼쪽부터)과 정재원, 이승훈이 21일 평창올림픽 은메달을 따낸 뒤 태극기를 들고 링크를 돌며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강릉=권욱기자빙속 남자 팀추월 대표팀의 김민석(왼쪽부터)과 정재원, 이승훈이 21일 평창올림픽 은메달을 따낸 뒤 태극기를 들고 링크를 돌며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강릉=권욱기자


지난 19일 여자 스피드스케이팅(빙속) 팀추월에서 나온 ‘왕따 질주’에 어리둥절했던 스포츠팬들은 21일 남자 대표팀의 경기에서 팀추월의 묘미를 확실히 확인했다.

이승훈(30·대한항공), 정재원(17·동북고), 김민석(19·성남시청)으로 짜인 남자 팀추월 대표팀은 마치 친형제인 듯 밀어주거나 끌어주고 배려하며 은메달을 함께 빚었다. 21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오벌)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팀추월 남자 결승. 이번 시즌 월드컵 랭킹 4위인 한국은 3분38초52를 기록, 랭킹 1위를 달리는 신흥강호 노르웨이에 1.21초 밀려 2위에 만족해야 했지만 2014 소치 대회 은메달에 이어 두 대회 연속 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선수단의 효자종목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결승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였다. 초반에 0.72초를 뒤진 한국은 4바퀴를 남기고 역전해 0.19초를 앞섰다. 관중의 응원소리에 강릉 오벌이 터져나갈 것 같았다. 그러나 3바퀴를 남기고 다시 0.1초를 뒤졌고 이후 격차는 0.92초로 더 벌어졌다. 두 바퀴를 남기고 에이스 이승훈이 선봉으로 치고 나섰다. 그러나 준결승에서 디펜딩 챔피언 네덜란드를 물리친 노르웨이의 저력은 엄청났다. 세 명이 서로 간격을 줄이고 끝까지 버텨낸 끝에 결국 1.21초 차로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은 앞서 준결선에서는 3분38초82로 세계 2위 뉴질랜드(3분39초54)에 역전승을 거뒀다. 두 바퀴 남기고 0.4초 정도 뒤졌으나 이승훈이 레이스를 주도해 두 바퀴 만에 1초 넘게 줄여버렸다. 남자팀도 여자팀처럼 선수 일부가 따로 떨어져 훈련했다는 사실이 한 달 전 알려져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으나 그 때문에 올림픽 무대를 망칠 정도로 어리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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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결혼했지만 아직 신혼여행도 못 간 맏형 이승훈에게는 네 번째 올림픽 메달이다. 아시아 선수로 동계올림픽 역대 최다 메달. 이상화(금 2·은메달 1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금 1·은메달 2개)보다도 메달이 많다. 2010 밴쿠버 대회 5,000m 은메달과 1만m 금메달을 목에 걸며 새로운 장거리 스타의 탄생을 알린 이승훈은 2014 소치에서는 2006년 신설된 종목 팀추월에서 김철민·주형준과 함께 은메달을 따냈다. 이번 평창올림픽까지 이승훈은 아시아 남자 선수 최초로 올림픽 3회 연속 메달의 새 역사도 썼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승훈의 주종목은 이번 대회에서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 이 종목 랭킹 1위다. 앞서 5,000m와 1만m에서 무서운 뒷심으로 각각 5위, 4위에 올랐던 이승훈은 오는 24일 매스스타트에서 올림픽 세 번째 금메달에 도전한다. 그동안 아시아 선수에게 유독 높은 벽으로 통했던 1,500m에서 값진 동메달을 딴 김민석도 이번 대회 두 번째 메달이자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의 영광을 누렸다. 또 고교생 정재원은 2명의 걸출한 스케이터 사이에서 제 몫 이상을 해내며 국내 빙속 사상 최연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우뚝 섰다.

경기 후 정재원은 “제가 부족한 부분들을 형들이 채워줘서 여기까지 왔다. 다음 올림픽 때는 형들한테 더 힘이 돼서 금메달을 노리겠다”고 했다. 김민석도 “제가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금메달을 노려볼 만했을 텐데 아쉽지만 값진 은메달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승훈은 “동생들이 정말 든든하게 뒤를 잘 받쳐줘서 고맙고 앞으로는 저보다 더 잘 팀원들을 이끌 수 있는 후배들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한편 3·4위전에서는 네덜란드가 뉴질랜드를 눌렀다. 네덜란드 에이스 스벤 크라머르는 이번 대회 5,000m 금메달에 이어 팀추월 동메달로 올림픽 메달을 9개로 늘렸다.

/강릉=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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