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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궁합’, 스크린으로 보는 ‘조선판 인터넷 소설’

조선시대에 인터넷이 존재했다면 나왔을 법한 ‘청춘 소설’이다. ‘궁합’의 만듦새는 그 시대 청춘들이 쉽고 편하게 소비하기 좋은 정도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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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궁합’(감독 홍창표)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2015년 9월 크랭크인, 12월 크랭크업 이후 2년 만이다. 제작 이후 꽤나 묵혔던 터라 기대감 반 호기심 반으로 영화를 접할 관객들이 많겠다. 그렇게 공개된 ‘궁합’은 지나간 세월이 야속하게, 과거 코믹영화들이 주로 보일법한 단편적인 전개를 펼친다.

원래 ‘유쾌한 사극’으로 승부수를 띄운 코믹영화이긴 하다. 2013년 개봉한 ‘관상’ 제작진의 두 번째 역학 시리즈인데, ‘관상’이 묵직한 메시지의 팩션사극을 보여줬다면, ‘궁합’은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송화옹주의 부마를 찾는 과정에서 소동극이 계속되는 느낌을 준다. ‘관상’의 인물이 촘촘하게 이어져 결말에 뭉치는 카타르시스가 있었다면, ‘궁합’의 인물은 개별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정도에 그친다.

‘궁합’은 조선 최고의 역술가 서도윤(이승기)이 혼사를 앞둔 송화옹주(심은경)와 부마 후보들 간의 궁합풀이로 조선의 팔자를 바꿀 최고의 합을 찾아간다. 그래서 각 부마 후보를 따로 다룰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캐릭터별로 강조해야 하는 특징이나 매력이 뛰어나야 하는 숙제가 따르는데, ‘궁합’에서는 그걸 단면적으로만 보여주고 만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사진=CJ엔터테인먼트



워낙 여러 부마 후보들을 보여줘야 하는 탓에 깊이는 반비례로 낮아졌다. 야심찬 능력남 윤시경(연우진), 경국지색의 절세미남 강휘(강민혁), 효심 지극한 매너남 남치호(최우식)에 대세 연하남까지 여심을 다양하게 조준한 ‘조선 남정네들’이 등장한다. 순정만화가 취향인 여성관객에게 호소할 수 있는 영화다. 그간 묵직한 사극에 에너지 소비가 많이 됐다고 생각하면 가볍게 한 장 한 장 보고 넘기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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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영화가 만들어진 취지를 생각했을 때 ‘궁합’이라는 소재를 매력적으로 살렸는지는 의구심이 든다. 일반인들이 익히 알고 있는 메카니즘으로 인물간의 간략한 사주팔자 궁합풀이를 한다. 태어난 연, 월, 일, 시를 기준으로 인물의 운명을 나열할 뿐, 에피소드 간의 유기성이나 호기심을 충족시킬 정보는 없다.

그래서 심은경, 강민혁, 최우식, 최민호 등 주요인물들의 열연이 계속됨에도 설정 자체에서 만화스런 느낌이 강해 이입하기가 쉽지 않다. 이승기, 연우진, 김상경, 조복래의 연기가 ‘궁합’의 깊이를 살리긴 한다. 대체로 엉뚱한 캐릭터를 선보여온 심은경의 연기변신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행히 ‘예쁨’은 장착했다. 심은경과 이승기의 합은 물 흐르듯 잘 어우러진다.

‘궁합’은 분명 ‘관상’과는 다른 결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후의 ‘명당’까지 ‘역학 3부작’을 꿰는 ‘운명을 개척한다’는 노력이 이번 편에서 적극적으로 반영됐는지는 감독 스스로 자문해 봐야 하겠다. 28일 개봉.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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