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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회 아카데미] '셰이프 오브 워터' 4관왕…트럼프가 버린 이민자, 오스카가 품었다

기예르모 델 토로 反이민책 비판

게리 올드먼·프랜시스 맥도먼드

이변 없이 남녀 주연상 거머쥐어

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으로 작품상,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사진=연합뉴스 AP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으로 작품상,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사진=연합뉴스 AP




올해 아카데미에서 이변은 없었다. 해마다 깜짝 수상이 등장했던 오스카지만 올해는 작품상·감독상은 물론 남우주연상·여우주연상까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지미 키멜의 사회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사랑의 본질을 신비로운 영상에 담아 진한 감동을 선사하며 13개 부문 후보에 오른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이 작품상, 감독상, 미술상, 음악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다. 이는 멕시코 출신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여성을 앞세운 사랑 이야기가 아카데미를 석권할 것이라는 예상을 적중한 것이다. 올해 아카데미의 화두가 페미니즘과 다양성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결과이기도 하다.

당초 ‘셰이프 오브 워터’는 아카데미의 전초전이라고 불리는 골든글로브 등을 석권해 아카데미에서는 과연 몇 개 부문에서 수상을 할지 이목이 집중됐다. 연출을 맡은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이 영화에서 사랑 외에도 트럼프의 반 이민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해 현실에 기반한 판타지 연출의 거장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수상 소감에서도 그의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화법은 빛이 났다. “알폰소 쿠아론과 마찬가지로 나도 이민자다. 나는 이곳과 유럽 그리고 여러 지역에서 살아왔다. 영화의 가장 멋진 점이라면 국경을 없애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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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갬 록웰(왼쪽부터), 여우연상을 수상한 프랜시스 맥도먼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앨리슨 재니,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게리 올드먼. /사진=연합뉴스 AP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갬 록웰(왼쪽부터), 여우연상을 수상한 프랜시스 맥도먼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앨리슨 재니,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게리 올드먼. /사진=연합뉴스 AP


여우주연상과 남우주연상에도 이변은 나타나지 않았다. 뛰어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오스카와는 인연이 없었던 게리 올드먼은 ‘다키스트 아워’의 윈스틴 처칠 역으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처칠이 덩케르크 작전을 실행하기 위해 고뇌하던 4주간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에선 올드먼은 기침 소리부터 발걸음 하나까지 윈스턴 처칠의 모든 것을 재연해 ‘인생 연기’라는 극찬을 받았다. 그는 “영화에는 힘이 있다. 사우스런던에서 온 남자에게 꿈을 줬다”며 말문을 열며 “나에게 꿈을 준 영화에 감사하며 일한 지 20년이 지나서 상을 받게 됐다. 그러나 오스카는 충분히 기다릴만한 가치가 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파고’에 이어 ‘쓰리 빌보드’로 두 번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 작품에서 딸이 성폭행을 당한 후 살해되지만 경찰의 수사 진척이 없자 스스로 범인을 찾아 나선 엄마 밀드레드 역을 맡았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클로이 김이 이런 기분일 것 같다”며 감격해 하는 한편 모든 여성 후보에게 기립할 것을 주문하며 “포용만이 옳은 길”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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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우조연상은 ‘쓰리 빌보드’에서 인종차별주의자 경찰 역을 맡은 샘 록웰이, 여우조연상은 ‘아이, 토냐’에서 라보라 골든 역을 맡은 앨리슨 재니가 각각 수상했다. 이 외에도 각본상은 인종차별 메시지를 담은 공포영화 ‘겟 아웃’이, 각색상은 동성애를 그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각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처럼 검은 의상을 입고 성폭력 추방을 지지하는 ‘미투(#Me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배우들은 빨간색, 흰색, 파란색 등 다양한 색의 의상을 입고 나타나 시상식 내내 여성을 비롯해 약자와 소수자들에게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전했다. 우선 사회자 키멜은 ‘미투’ 운동을 촉발시킨 하비 와인스틴을 언급하며 “하비 와인스틴을 축출했다”며 “이제는 새로운 시대가 왔다. 변화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정말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 외에도 수 많은 시상자들이 용기를 내 준 여성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또 키멜은 ‘미투’에서 더 나아가 양성평등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는 억만장자 J.폴 게티 손자 유괴사건을 그린 스릴러 ‘올 더 머니’에 등장하는 남자 배우 마크 윌버그와 여자 배우 미셸 윌리엄스의 급여(출연료) 차이를 꺼내며 “유리 천장이 무너지고 있다”며 8년 만에 여성으로서 감독상 후보에 오른 ‘레이디 버드’의 그레타 거위그를 가리키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케이시 애플렉은 관례대로라면 이날 여우주연상 시상자로 나와야 했으나, 성 추문으로 무대 위에 오르지 못했다.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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