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카드사들의 대형 법인을 상대로 한 수수료 면제 등 과도한 인센티브 지급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정부가 영세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카드사 실적악화 우려가 현실화하자 법인카드 유치 경쟁을 막아 대형 법인에 대해 제대로 된 수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려는 것인데 수수료 부담이 늘어난 대형 법인들의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국세·지방세·4대보험의 카드결제와 관련해 대형 법인 등 특정 회원에게 과도한 이익을 제공하지 않도록 행정지도를 통해 제동을 걸었다. 카드사의 법인카드 사용실적은 국세 등 공과금 납부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대폭 커졌다. 지난 2014년 4대보험의 카드납부가 허용됐고 2015년에는 국세의 카드납부 한도가 폐지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1월 법인카드 승인금액은 17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다시 승인금액 규모가 점차 줄어들며 지난해 7월 12조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카드사들은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벌였다. 법인카드 승인금액도 올해 1월 현재 12조6,400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카드사는 고객 대신 국세·지방세 또는 4대보험료를 납부하는 대가로 통상 0.8%의 수수료(체크카드 0.7%)를 받지만 일부 법인고객을 대상으로 무이자할부는 물론 사용금 일부를 돌려주는 캐시백, 수수료 면제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법인카드 발급을 통해 다른 결제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금감원은 건전한 영업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다며 이 같은 출혈 마케팅에 대해 경고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특정 회원만을 대상으로 카드사들이 과도한 경쟁을 벌이는 ‘제로섬 게임’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카드사들의 경영악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번 행정지도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과당경쟁을 초래하는 카드사들의 과도한 이익 제공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조치에는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 유도에 따라 실적 감소 폭이 예상보다 커지고 업계 반발도 잇따르면서 대형 법인 유치경쟁을 억제해 적정한 수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취지도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줄어든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대형 법인에 대한 수수료를 현실화해야 한다”며 “그러나 대형 법인은 카드사에 ‘갑’의 위치인데 금융당국이 어떻게든 나서줘야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 카드사들은 과거에도 대형 법인을 상대로 수수료 현실화 목소리를 내왔지만 대형 법인들이 계약 중단 등으로 압박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수수료를 지속적으로 낮춰왔다. 카드 업계는 금융당국의 이 같은 조치를 내심 반기고 있지만 실효성이 얼마나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일제히 대형 법인 수수료 인상에 나설 경우 공정거래법상 담합행위로 간주될 소지가 있다”며 “당국이 대형 법인에 대한 수수료 현실화에 대한 물꼬를 터준 셈인데 카드사 간 과도한 경쟁이 쉽게 줄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