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방송된 MBC 시사교양프로그램 ‘PD수첩’에서는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이라는 주제로 김기덕 감독의 성폭력에 대한 여러 제보 및 증언이 다뤄졌다.
먼저 지난 2017년 김기덕 감독을 폭행과 모욕죄 등의 혐의로 고소한 여배우 A씨의 증언이었다. 그는 2013년 영화 ‘뫼비우스’ 촬영장에서 김기덕 감독의 성관계에 응하지 않아 폭행을 당한 것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 2013년 3월 7일, ‘뫼비우스’ 촬영 사흘 전 A씨는 김기덕 감독, 배우 조재현, 여성 영화관계자와 술자리에서 성추행을 당했다. A씨는 “영화 얘기가 아니라 성적인 사생활에 대한 얘기를 해서 굉장히 기분이 더러웠다”고 입을 열었다.
이날 김기덕 감독은 “여성 영화관계자와 성관계를 하러 올라간다”며 자신은 얼굴이 팔려 있다는 이유로 A씨에게 동행을 요구했다. A씨가 조재현에게 대신 동행할 것을 부탁했지만 조재현 또한 그런 A씨의 등을 떠밀었다. 결국 A씨는 방 앞까지 따라가야만 했고, 방 안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자 김기덕 감독은 갑자기 화를 냈다고.
“두려웠고 배제되고 싶지 않았다”는 A씨는 결국 방에 들어갔고 김기덕 감독은 그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 A씨는 “너무나 끔찍했다. 가겠다고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며 “당신 같이 감독을 믿지 못하는 배우와는 일할 수 없다더라. 감독과 성관계를 안 했다는 이유로 이렇게 나오나 싶었다. 너무 비참해 오열했다”고 털어놨다.
김기덕 감독의 성폭력은 이 외에도 여러 번 있었다. 방에서 차 한 잔 하겠다면서 갑자기 바지를 벗기도 했으며 이야기를 하다가 불쑥 가슴을 꼬집는 등 성적인 행위를 했다고. 한 영화관계자도 “김기덕 감독이 서울예대 명예교수로 있을 때 영화에 출연하고 싶으면 나랑 자면 된다고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A씨 외에 또 다른 피해자의 인터뷰도 이어졌다. B씨와 C씨 모두 김기덕 감독과 만나 끔찍한 일을 겪었다. B씨는 “그러고 난 뒤에 계약서 찢고 나가서 방송 일을 안 하게 됐다”며 “오디션에서 가슴과 성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뭐를 원하는지 몰랐고 그냥 멘붕이었다. 사무실에서는 출연을 놓쳤다는 것에 더 속상해했다”고 토로했다.
C씨는 김기덕 감독뿐만 아니라 조재현의 성폭력까지 증언했다. 그는 먼저 “김기덕 감독이 옷을 벗겼다. 거부하는데 옷이 찢어질 정도였다”며 “저항했더니 따귀를 10대 때렸다. 구타를 당했다. 울면서 돌아오니 문자로 사과를 보냈다. 자기도 맞고 자랐기 때문에 자꾸 손이 올라간다고. 마치 좋아하는데 표현이 서툴렀다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 촬영) 합숙장소는 지옥이었다. 김기덕 감독, 조재현, 조재현 매니저 세 명이 하이에나같았다. 조재현 씨가 방문을 그렇게 두드렸다”며 “겁탈하려는 것에 혈안이 돼있었다. 늘 몸싸움을 해야 해서 너무 힘들었고 무서웠다”고 말했다. 김기덕과 조재현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에 이어 매니저에게도 비슷한 협박까지 들었다고.
이에 대해 ‘PD수첩’ 제작진은 김기덕 감독과 연락을 시도했다. 계속해서 묵묵부답이던 김기덕 감독은 제작진 측에 문자 한 통을 보내왔다. 그는 “첫 번째, 영화감독이란 지위로 개인적 욕구를 채운 적이 없다. 두 번째, 여자에 대한 관심으로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일방적인 관심으로 키스를 한 적은 있다. 동의 없이 그 이상 행위를 한 적은 없다. 세 번째, 서로에 대한 호감으로 만나고 동의하에 육체적 관계를 가진 적은 있다”고 말했다. 성폭행에 대해 부인한 것.
조재현 역시 제작진과 인터뷰를 하기로 했으나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그는 먼저 “처음에 돌았던 이야기는 80%가 잘못됐다. 어떤 것은 축소된 것도 있다. 피해자가 축소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제작진과 직접 만나기로 했으나 “조사 들어가면 말씀드리겠다. 사실과 다른, 왜곡된 게 많다”며 인터뷰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들의 만행이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높은 자리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이들이었기 때문. 실제로 ‘PD수첩’ 제작진은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고. 연락이 닿은 영화 스태프들은 “이야기를 하면 매장당한다” “지금 영화를 하고 있다면 김기덕 인터뷰는 거절할 거다” 등의 반응을 전해왔다.
“그들과 적이 되고 싶지 않다”며 익명을 요구한 한 영화감독은 “성추행이라든지 성폭행에 대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현장 안에서 지위의 차이가 있는 사람들 간에 벌어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것이 성폭행이나 성추행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직업적인 가치를 훼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C씨는 “이들은 성폭행범이고 강간범이다. 왜 처벌을 받지 않을까 의아하다. 대부분 사람들은 사과를 받고 싶어 하지 않나. 저는 사과를 받고 싶지 않다. 거부한다. 잘못했던 사람들에 대한 예의로 반성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 사람들도 본인들이 하고 싶은 것을 그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제작진에게 바라는 점으로 “그분들의 행태가 확실하게 드러나게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 달라”며 “더 심하게 당해서 오히려 증언을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도 그분들의 상처가 회복돼서 꼭 연기를 하지 않더라도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