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카피캣도 안 되는 한국 드론

성행경 바이오IT부 차장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지 열흘이 지났으나 여운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올림픽 개막식·폐막식을 끝까지 시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에서 열린 올림픽이기도 했지만 행사 프로그램이 화려하고 짜임새가 있어 몰입할 수 있었다. 특히 기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인텔의 드론쇼였다. 1,200대의 중국산 드론이 인텔의 제어기술에 따라 군집 비행을 하며 평창 하늘에 수놓은 오륜기에서 좀처럼 눈을 뗄 수 없었다. 날씨와 안전을 고려해 미리 촬영한 영상이라고는 해도 탄성이 절로 나왔다. 폐막식에서 인텔은 드론 300대로 수호랑이 하늘로 비상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번에는 실시간 비행이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올림픽에서 5세대(5G) 이동통신과 디스플레이 분야의 기술력을 뽐냈지만 드론 같은 신산업에서는 여전히 ‘열등생’임을 확인한 순간은 씁쓸했다.


드론 분야에서 최강국은 중국이다. 홍콩과기대 출신 왕타오가 스승 리저샹의 도움을 받아 지난 2006년 중국 선전의 허름한 창고에서 창업한 DJI는 ‘팬텀’ 시리즈를 앞세워 현재 전 세계 민간용 드론 시장의 70%를 장악했다. 지난해 매출은 3조원, 기업가치는 10조원을 넘었다. 2014년 싱가포르 난양공대 출신의 슝이팡이 광저우에서 설립한 이항은 사람을 태울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유인 드론 ‘이항 184’를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이항 184는 올해 초 자율비행에도 성공해 드론 택시 상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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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어떤가.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에 따르면 1,200여개의 협회 등록 업체에서 수익을 낸 곳은 30여개에 불과하다. 산업용 드론이나 항공촬영용 드론 시장에는 명함도 못 내민다. 겨우 완구용 드론이나 만드는 수준이다. 기술력도 부족하지만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다 보니 대부분 매출 10억원 미만으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은 쥐꼬리만 하고 대기업이나 벤처캐피털의 투자도 부진하다. 반면 이항은 크라우드펀딩으로 설립 2년 만에 700억원이 넘는 투자자금을 모았다.

정부가 뒤늦게 드론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야단법석이지만 이미 게임은 끝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드론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예산은 고작 119억원이다. 언 발에 오줌 누는 수준이다. 비행 제한 등 촘촘한 규제도 개선하겠다고 하지만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다. 2016년 서울경제신문이 주최한 ‘서울포럼’에서 슝이팡 창업자는 “드론 산업은 이미 포화 상태”라며 “지금부터 드론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은 ‘혁신’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모두가 만들 수 있는 제품으로는 ‘패스트팔로어(빠른 추격자)’는커녕 ‘카피캣(모방자)’도 안된다는 것이다. 드론에 있어 한국은 추격자에서 선도자로의 시스템 전환에 완전히 실패했다. 카피캣도 안된다면 이제라도 깨끗이 포기하고 그나마 가능성 있는 분야를 육성하는 것이 낫다. 잃을 소도 없는데 외양간 고치는 우를 범할 필요가 있는가. 무사안일에 젖어 매번 뒷북이나 치는 정부 R&D 관료들이 너무 한심해 하는 소리다.

saint@sedaily.com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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