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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사라진 밤’ 이창희 감독, 관전포인트? “김상경·김강우의 대립, 주의 깊게 지켜볼 것”

“‘존재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영화 현장에서 웃음이 없는 건 최악”


단 하룻밤의 강렬한 추적 스릴러 ‘사라진 밤’ 은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하는 영화다.

국과수 사체보관실에서 재벌가 여인의 시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가운데, 숨막히는 추적과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진 인물간의 팽팽한 대립이 관전 포인트이다.

2014년 개봉한 오리올 파울로 감독의 ‘더 바디’를 원작으로 한 이번 영화는 “죽음이 늘 마지막은 아니다”라는 원작의 설정에서부터 영화의 기획이 시작됐다.

하룻밤 사이에 인생이 바뀐 세 인물을 연기한 김상경, 김강우, 김희애 배우의 존재감을 빼 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영화 ‘소굴’로 제10회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액션스릴러 작품에 수여되는 4만번의구타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이창희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사라진 밤’은 사건의 ‘과정’ 자체가 이야기의 핵심이다”고 말한 이창희 감독을 만났다.

영화 ‘사라진 밤’ 스틸 /사진=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영화 ‘사라진 밤’ 스틸 /사진=씨네그루㈜키다리이엔티




이창희 감독/사진-조은정 기자이창희 감독/사진-조은정 기자


Q. 깔끔한 연출이 매력적이더라. 그래서 더욱 영화를 보고 나서 이창희 감독이 궁금했다. 김상경 배우는 ‘경제적 촬영’이란 표현이라고 했다.

A. 콘티 그대로 쓸 만큼만 찍는 편이다. 컷은 몇 개 도려내긴 했는데 거의 잘라낸 장면이 없다. 단편 작업을 할 때부터 시간에 대해 예민한 편이었다. 이번 스릴러 영화 호흡은 러닝타임 100분이 적당하다고 봤고 그 점을 중요하게 생각한 영화이다.



Q. 단 하룻밤 동안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진 영화이다. 그런 설정이 더 연출적으로 영향을 미친 건가?

A. 한정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자칫 잘못하면 지루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현장 촬영을 하기 전에 준비를 많이 해서 미리 동선을 짜 놓는 편이다. 현장 상황에 따라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는데, 틀어지지 않게 최대한의 준비를 하는 거다.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이러한 디테일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어떤 감독은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하는 분도 있는데, 제가 머리가 나빠서 그런지 그렇게는 못하겠더라. 배우들과 상의를 많이 하는 것도 그렇다. 어떻게 이 장면을 소화 할지. 일어서서 할지 혹은 앉아서 할 것인지, 사전에 이야기를 나누고 회의를 많이 하는 편이다. 촬영감독님이랑도 이야기를 많이 한다.

Q. 경제적 촬영이 말이 쉽지 어려운 작업이지 않나. 머릿 속에 모든 그림이 완벽하게 구획이 돼 있나보다.

A. 잘못 말하면 제 자랑이 될 수도 있는데, (수원대학교 연극영화과)대학 재학시절 단편 영화를 10편 이상을 찍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열심히 영화를 만들었다. 처음엔 못했는데, 그런 훈련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되더라. 대학교 때 찾은 나만의 방법이다.

Q. 원작이 있는 영화라 스토리의 긴장감 유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A. 원작은 반전 영화로 많이들 알고 계신데, 저희 영화는 반전 영화로 정의내리긴 어렵다. 원작과 굳이 비교해서 한 줄 요약을 하자면, 원작은 복수를 하는 내용이고, 우리는 시체를 찾는 내용이다. 인물들의 목적이 바뀐 것이다. 그것에 대한 개연성을 주고 싶었다. 시체를 찾는데 집중 하면서 관객들이 배우에게 감정적으로 이입을 하면서 감정이 휘몰아치게 하려고 했다.


Q. 원작이 달려가는 목적성이 ‘사라진 밤’과는 다르다고 했다. 좀 더 전체 이야기를 바라보는 감독의 시각 차이를 설명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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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원작은 굉장히 차갑다면 우리 영화는 뜨겁지 않나. 인물에 더욱 몰입되게 연출을 했다. 두 작품을 다 보시고 나면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Q. 허술한 듯 보이지만 냉철한 해결사 ‘우중식,’ 완전범죄를 계획했지만 무너지는 남편 ‘박진한’이 이야기를 보다 입체적으로 살려냈다. 김상경, 김강우 배우의 대비되는 캐릭터도 영화적인 재미를 살렸다.

A. 관전포인트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두 인물이 계속 대칭되고 있는데 그 부분을 주의 깊게 보면 영화가 흥미로울 듯 하다. 허술해보이는데, 집요하고 날카로운 우중식 형사. 완벽해보이는데 위악한 남편 박진한의 대립이 다른 듯 닮아있다. 두 인물이 처한 상황도 닮아있다.



Q. 캐릭터가 대비되는 점을 염두해두고 김상경, 김강우 배우를 캐스팅 한 이유도 있을 듯 하다.

A. 원작과는 반대로 가보자 라는 생각으로 시나리오를 집필했고, 마지막에 결말을 재미있게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각색했다. 김상경 배우가 같이 작업을 하면서 좀 더 캐릭터가 잘 나온 것 같다. 김상경 배우가 실제로도 허술해 보이지만 굉장히 예리하고 진지하시다. 술을 많이 마시면서 친해졌는데, 상당히 좋으신 분이다.

김강우 선배는 언뜻 보기에 차가워보이는데, 현실적으로 정이 많으시다. 말씀도 많이 없으시다. 물론 가끔 개구쟁이 같은 면도 있다. 처음 만났는데, ‘우와 박진한이다’란 생각이 들어 조금 무서웠다. 딱 필요한 말씀만 하신다. 처음에 만나서 시나리오 중 마음에 안 드는 걸 이야기하시는 데 기분이 나쁘기 보다 좋았다. 사실 시나리오를 고쳤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감독이 기분이 나쁠 수 있는데 ‘진짜 박진한이다’ 는 느낌을 받았다. 선배가 출연을 망설이고 있었는데 난 꼭 붙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김강우 배우는 ‘시나리오를 처음 보면선 ‘잘 못했다가 비호감 될 수도 있겠구나. 사람들한테 욕먹기 좋은 캐릭터다’ 라고 생각 해서 망설였다고 했다. 이창희 감독 역시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는 연출에 대해 고민 했을 듯 하다.

A. 강우 선배가 ‘진한이란 캐릭터가 비호감’이란 말을 하셨고 거기에 저 역시 동의했다. 이 극 안에서 감정을 이끌어가는 캐릭터가 진한이다. 하지만 보는 이들이 악역으로 배척을 해버리면 실패하는 거다. 강우 선배가 그것에 대한 부담감이 엄청 컸을 듯 하다. 워낙 연기를 잘하시고 준비를 많이 하고 또 생각을 많이 하는 배우란 걸 알고 있다. 저 역시 작품을 만들면서 이 배우의 매력을, 캐릭터의 매력을 심어놓으려고 했다.

이창희 감독이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이창희 감독이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Q. 단편영화 ‘소굴’도 그렇고 한정된 공간에서 장기를 발휘하는 감독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A. 제가 밀실 전문 감독은 아닌데, 좋게 봐주시니 감사하다. 한정된 공간에서의 연출이 오히려 공간을 활용할 수 있고, 디테일한 연출의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카메라도 여기서 영화를 어떻게 찍어? 라고 반문할 수 있는데, 막상 찍어보니까 재미있는 게 나오더라.

Q. 선입견이나 편견 없이 도전하는 감독으로도 느껴진다. 많은 영화인들이 한정된 공간에서 연출하는 건 베테랑 감독도 쉽지 않다고 하던데.

A. 한정된 공간 연출이 어렵나? 아직 잘 몰라서 그런지 오히려 자유롭다고 느끼면서 작업 했다. 제약을 받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좁은 공간에서 카메라가 돌아간다는 걸 알기 때문에 확실히 계산해서 찍는 것에 신경 썼다. 벽들을 통과하는 컷들도 많은데, 그것도 미리 준비를 하지 않으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롱 테이크 컷도 몇 개 있지만, 컷을 많이 나누진 않았다. 감정의 호흡을 최대한 가지고 가려고 했다. 지루하지 않게 무빙 컷을 보여주거나, 배우들의 동선에서 재미를 주거나 하면서 다양한 쪽에서 재미를 찾으려고 했다.

Q. 장르적인 재미 외에도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말한다면.

A. ‘존재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영화의 스포일러가 돼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온도는 다르지만 상황이 닮은 두 남자의 공포감과 연민을 보여주면서 ‘존재감’에 대해 조금이나마 느끼셨음 했다.

Q. 상당히 밝은 분이시다. 강우씨에 따르면 현장에서 소시지를 즐겨먹는 천하장사 감독님이라고도 알려졌다.

A. 소시지 이야기까지 알려졌나? 하하. 제가 수다와 웃음을 좋아한다. 현장에서 웃음이 없는 게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많은 분들과 화기애애하게 지내려고 한다. 과묵한 걸 좋아하지 않는다. 여담이지만 캠핑 동호회도 운영하고 있다. 거기서 처음 뵙는 분들과도 즐겁게 잘 이야기하는 편이다. ‘사라진 밤’ 현장에선 상경 선배랑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아쉬움이 있었다. 둘 다 말이 많은 편인데, 상경 선배가 이야기를 주로 해서 제가 이야기할 틈이 없었다. 하하하. 강우 선배는 현장에서도 진한처럼 계속 조용히 계셨다.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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