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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기념품이 된 CD, 이후를 기대한다

미묘 음악평론가





많은 이들이 지난 2000년께부터 ‘음반의 죽음’을 이야기했다. 음반은 추억이 담긴 ‘기념품’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도 했다. 음악 산업의 중심은 이제 공연이라고도 했다. 이제는 음원을 다운로드하는 일도 적어지고 다들 스트리밍으로 즐긴다. 음반 산업은 10년 이상 부진을 이어왔는데 최근 비로소 성장세를 회복한 것도 스트리밍 수익이 대대적으로 증가한 것 때문이었다. CD는 ‘대세’에서 완전히 밀려난 존재다. 그래도 아이돌 산업에서 CD는 꽤 큰 의미가 있다. 지금도 정상급 아이돌 그룹들에게는 CD가 100만장이 팔리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이슈다.


K팝 아이돌은 음반의 죽음을 잘 극복하는 사례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쨌거나 지금도 CD가 팔리기 때문이다. CD를 사면 100페이지 전후한 화보가 따라오고 매번 다른 종류의 패키지로 수집하는 즐거움도 있으며 아이돌 멤버의 사진이 담긴 ‘포토카드’도 깜짝 선물처럼 들어 있다. 해외 팬들은 각자 자국의 보통 인기 음반에 비해 K팝 음반이 얼마나 참신하고 충실한지 이야기한다. K팝 팬들이라고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지 않는 게 아니다. 다만 기념품으로서의 가치가 확실하기에 CD를 구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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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팬들은 종종 같은 기념품을 대량 구매한다. 에펠탑 열쇠고리를 수십·수백 개 사는 사람이 있다면 이상한 일이겠지만 아이돌 CD에는 그런 일이 벌어진다. 팬 사인회 입장을 위한 추첨에서 CD를 산 영수증이 응모권이 되기 때문이다. 많이 살수록 추첨이 될 확률도 높다. 1장만 사도 들어갈 수 있는 팬 사인회도 있지만 인기 그룹의 경우는 수십 장을 사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코어 팬덤’의 크기는 음반 판매량을 보면 된다고들 하는데 이 말의 진짜 뜻은 여기에 있다. 팬 사인회를 위해 CD를 대량으로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음악 감상 매체의 변천은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 할 때, 이미 오래전에 죽은 CD라는 시장에 산소호흡기만 붙여두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를 위해서 팬들이 고생하고 자원을 낭비하며 집에 보관할 곳이 모자라 쩔쩔매야 한다면 너무 비효율적인 부담은 아닐까. K팝은 CD의 기념품적 가치를 입증했고 또한 이를 잘해내고 있다. 그러니 CD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CD 시대 이후에 대한 고민도 슬슬 시작해야 할 것 같다. CD는 이미 15년 정도 전에 죽었으니 결코 이른 고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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