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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룡리 전원일기<4> 평창의 밤, 한 마리의 새가 날아 올랐다

‘대관령 횡계 환승주차장’에 도착하면 스키점프장으로 이동하는 셔틀버스가 기다리고 있다.‘대관령 횡계 환승주차장’에 도착하면 스키점프장으로 이동하는 셔틀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아, 이게 웬 떡인가. 평창동계올림픽 경기장에 가고 싶지만 날씨도 추운데 그냥 TV로 편하게 보자고 마음먹었는데 낭보가 날아들었다. 지인이 사정이 생겨 못 간다며 지난달 8일 밤 열린 스키점프 티켓 4장을 주었다. 오후 9시 30분에 시작하는 경기를 당일치기로 다녀오자니 좀 망설여졌지만 그건 잠시일 뿐, 머리 속은 거침없이 내달렸다. “가즈아~평창으로”

회사 일을 끝내고 청량리역으로 향했다. 평창올림픽 개막 하루 전이어서 이미 표는 마감돼 입석을 끊고 양평 용문 집으로 향했다. 역에서 기다리고 있던 식구들과 만나 알펜시아 스키점프 경기장으로 자동차 액셀을 힘차게 밟았다.


여기서 잠깐 팁 하나.

내비게이션으로 ‘알펜시아 스키점프경기장’을 검색하면 화면에 안내표시가 나오지 않는다. 주변 교통통제로 도로를 차단했기 때문에 자동차로 이동할 때는 ‘대관령 횡계 환승주차장’으로 검색해야 한다. 환승주차장에 도착하면 셔틀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셔틀버스로 무사히 경기장 입구까지 도착, 티켓 검사를 받고 보안검색대로 이동했다. 엑스레이 검색장치를 보더니 아이들은 공항 같다며 신기해했다. 보안검색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가방에 있던 보온물통은 직접 뚜껑을 연 후 확인을 받았다. 경기장까지는 조금 언덕진 길을 따라 이동했다. 환한 빛을 띠는 언덕을 걸으니 마치 산책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침내 뽀얀 설경이 펼쳐지며 부드러운 곡선의 스키점프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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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였구나! TV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생생한 현장감. 얼굴을 스치는 겨울밤 공기는 동계올림픽 현장에 있다는 실감을 더 나게 했다. 관중석은 예상과 달리 많은 사람들로 꽉 찼다. 또 다른 이들은 직접 관중석 아래로 내려와 눈밭 위에서 ‘화려한 비상’을 지켜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나에 3,000원(한국인 체감가격으론 좀 비싼 편)이나 하는 컵라면을 먹으며 몸을 녹이는 외국인 관광객들 모습도 보였다.

고해상도 기능이 없는 스마트폰이여서 선수들의 멋진 ‘비상’ 장면을 찍기엔 역부족.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장면이다.고해상도 기능이 없는 스마트폰이여서 선수들의 멋진 ‘비상’ 장면을 찍기엔 역부족.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장면이다.


이 사진 또한 기묘하게 찍혔는데 확대해보면 선수 상체 부분이 사라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옆에 있던 딸이 “아빠, 그거 선수 상의 유니폼이 흰색이라서 그런거 같은데”라고 했지만 기계와 조명, 그리고 눈 빛깔이 만들어낸 오묘함이 아닐까이 사진 또한 기묘하게 찍혔는데 확대해보면 선수 상체 부분이 사라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옆에 있던 딸이 “아빠, 그거 선수 상의 유니폼이 흰색이라서 그런거 같은데”라고 했지만 기계와 조명, 그리고 눈 빛깔이 만들어낸 오묘함이 아닐까


그 순간 신호와 함께 첫 번째 ‘인간 새’가 빠른 속도로 날아올라 ‘평창의 밤’을 갈랐다. 스키점프 선수의 도약을 직접 본 경험은 어쩌면 이번 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다. 그만큼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아이들도 연신 신기한 듯 그들의 멋진 비상을 보며 환호했다. 영화 ‘국가대표’의 모티브가 된 선수도 참가했다. 40대 중반의 일본 선수도 있었다. 나이는 ‘아름다운 낙하’를 막을 수 없었다. 한 명당 2분이 채 안 되는 ‘비상’을 하기 위해 57명의 선수들은 4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다.

어느 한 순간을 위해 그렇게 노력해본 적이 있었는가 스스로 돌아보게 된다. 1시간 넘게 이어진 경기를 뒤로하고 발길을 돌렸다. 경기장을 들어올 때는 몰랐는데 나가는 길은 꽤 막혔다. 바닥까지 미끄러워 셔틀버스 타는 곳까지 거의 30~40분 정도 걸렸다. 추운 날씨에도 야광봉을 들고 도로통제를 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수고하십니다”는 말 한마디 못 건넨 게 몹시 아쉬웠다. 평창의 밤은 그렇게 누군가의 수고로 평화로웠다.

< P.S 밤에 펼쳐지는 야외경기를 볼 때는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얇은 옷 껴입기, 보온통 준비는 물론 신발 속에 핫팩을 넣는 것도 필요. 발을 비닐로 감싸는 것도 방법. 컵라면이 비싸다고 생각 든다면 몇 개 준비해 가는 것도 좋을 듯.>

최남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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