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기자의 눈] 미투 소나기 피하기 급급한 정치권

정치부 류호 기자





유력 대권주자로 기대를 한몸에 받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정치생명이 회복불능 상태가 됐다. ‘충남 엑소’라고 불릴 정도로 팬덤 현상까지 있었기에 대중이 느끼는 허탈감은 상상 이상이다.


미투 운동이 정치권을 정조준하고 있지만 정작 정치권은 딴 동네 이야기로 치부하는 느낌이다. 대중의 분노가 왜 일어났는지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저 ‘제2의 안희정’이 될까 노심초사할 뿐이다. 정치권의 폐해와 그릇된 문화를 바로잡기보다 소나기가 그치길 기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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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정치권은 미투 문제를 ‘해프닝’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는 지난 7일 여야 5당 대표의 청와대 회동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제기한 ‘기획설’이 그렇다. 홍 대표는 회동 사전 차담회에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안희정이 그렇게 되는 거 보니 정치가 참 무섭다. 임 실장이 기획했다는 얘기가 있더라”고 뼈가 있는 농담을 던졌다. 임 실장도 이에 대해 “홍 대표님이 무사하니 저도 무사해야죠”라고 받아치며 뼈 있는 농담에 장단을 맞췄다. 피해자인 김씨는 목숨을 걸고 생방송에 얼굴을 드러내며 폭로했지만 이를 ‘정치공작’일 수 있다고 표현한 것이다. 피해자들은 사생활 침해와 2차 폭력 노출 우려를 무릅쓰고 사회를 바꿔보자며 외치고 있지만 이들은 남의 나라 일인 양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다.

미투를 단순히 ‘여성’의 일로 치부하는 인식도 문제다. 같은 여성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의 반응이 더 씁쓸한 이유다. 추 대표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불만 표시에 “사모님이 저랑 경문여고 동창이니 빼 드리겠다”고 했고 조 대표는 “지금 발 뻗고 잘 수 있는 것은 여자들”이라고 말했다. 권력에 저항할 수 없었던 약자들이 사회적 운동에 동참한 것이 미투의 본질이다. 정치권이 앞다퉈 미투를 지지한다고 했지만 미투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가진 정치인들에게 이 문제를 맡길 수 있을까. 사회의 외침으로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할 책임감은 과연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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