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트럼프 '입'만 보는 증시

北 리스크 줄어드는데 통상 마찰은 확대

5월 북미 정상회담 훈풍에

코스피·코스닥 동반 상승

포스코·현대차·현대제철 등

통상압박 악재에 약세 이어가



남북 해빙무드가 북미 정상 대화로까지 이어지면서 9일 국내 증시가 오랜만에 코스피·코스닥이 동반 상승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코스피·코스닥 동반 순매수 행진을 보이면서 향후 북한 리스크 해소 국면에 증시가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통상압박은 POSCO·현대차 등의 발목을 잡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북한 리스크는 덜고 통상 리스크는 확대된 셈이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08%(26.37포인트) 오른 2,459.45에 장을 마쳤다. 장중에는 1.5% 넘는 상승세로 2,476.43까지 오르며 이달 들어 처음으로 2,470선을 넘기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도 1.39%(11.86포인트) 오른 865.8에 마감했다.

삼성전자(005930)(1.1%), LG화학(5.04%)을 중심으로 대형주가 상승세를 주도하는 가운데 POSCO(-3.63%), 현대차(-0.32%), 현대제철(-2.48%) 등은 통상압박에 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방미 중인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을 통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5월 정상회담을 가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증시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벗어던지며 홀가분한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국의 보복관세 위협 등 통상문제가 악재로 발목을 잡지 않는다면 시장 상승세가 추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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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관과 외국인은 국내 증시 전체에서 각각 3,954억원, 2,722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모두에서 함께 순매수한 것은 지난달 27일 이후 7거래일 만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 대비 0.04% 하락한 1,069.8원에 마감하는 등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 행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뒤따르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북한 리스크 감소로 원화 가치가 안정되고 있다며 “외국인이 2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소극적인 대응을 해왔는데 이들의 변화가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북한 리스크 해소에 따른 수혜주들의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높은 상승세를 보인 종목은 호텔·항공 등 여행 관련 업종이다. 호텔신라(008770)는 이날 10.82% 오른 9만2,200원에 마감했는데 이는 올해 들어 하루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다.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003490)(3.67%)과 아시아나항공(020560)(4.88%)도 동반 상승세를 보였고 여행업종 대장주인 하나투어도 4.81% 올랐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관련 업종 주가 상승세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전혜정 KB증권 연구원은 “남북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어들면 외국인 입국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항공사를 비롯한 관련 업종의 추가 상승을 전망했다. 건설업종도 남북 경협주로 분류되는 현대건설(000720)(8.2%)을 중심으로 이날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그동안 주식시장이 반대로 북한 리스크에 급락하지 않은 만큼 이날 상승세가 이벤트에 의한 일시적 축포장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북한 비핵화 의지 표명이 투자 심리 개선에 일조했으나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이고 트럼프 보호무역 관련 노이즈가 남아 있다”며 20일(현지시간)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전후로 코스피에서 조정 장세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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