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꼬리에 꼬리무는 학내 성폭력

서울시교육청 "3년간 172% 급증"

'가해자 솜방망이 처벌'이 원인

학생 43% "성교육 도움 안된다"

“교사가 교탁 앞으로 부르더니 가슴을 만졌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한 끝에 상담교사에게 추행을 털어놨지만 ‘그 선생님 곧 전근 가시니 조금만 참아라’는 말을 들었다. 추행은 전근 전날까지 이어졌다.”

최근 개설된 페이스북 페이지 ‘스쿨미투’에 올라온 학내 성추행 폭로 글의 일부다.


1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 넘겨진 학내 성폭력 사건은 총 2,387건으로 2013년 이후 3년 동안 171.9%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연도별 학내 성폭력 사건은 2013년 878건, 2014년 1,429건, 2015년 1,842건, 2016년 2,387건 등으로 연평균 1,634건이었다. 피해 학생은 연평균 2,241명에 달했다. 학폭위 집계는 피해 학생이나 교사 등 주변인의 신고로 접수된 사건으로 드러나지 않은 피해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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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를 입은 학생들은 자살까지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엽 연세대학교 교수의 ‘여자 청소년의 성폭력 피해 경험과 자살 생각의 관계’ 논문에 따르면 중·고교 여학생 1,019명 가운데 16.2%(165명)가 어떤 유형이든 성폭력을 겪은 적이 있고 이들 중 63.6%(105명)가 자살을 생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력을 당해본 적 없는 학생이 자살을 생각한 비율 36.4%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학내 성폭력이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학교 성폭력이 반복되는 것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1년 반 동안 학생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교원은 113명이며 이 가운데 14명은 견책·감봉 등 경징계를, 16명은 중징계 중 정직 처분을 받아 총 30명이 교단에 복귀했다. 실효성 없는 성교육도 문제로 꼽힌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중학교 3학년 67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학교 성교육이 도움이 안 된다’는 응답은 43.3%에 달했다.

진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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