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DJ "서울 안되면 판문점이나 제주도에서…" 북측의 '러시아 2차 정상회담' 제안 거부

故 신건 전 국가정보원장 2011년 사석에서 기자에 밝혀

북측, 국민의 정부 시절 국정원 통해 극동러시아 2차 정상회담 제안

DJ"(김정일 위원장) 서울 답방 어렵다면 판문점이나 제주도로 해야"

원희룡 제주도지사 "5월 북미 정상회담 제주에서 개최해 볼만" 눈길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을 발표한 뒤 손을 맞잡고 들어올리며 웃고 있다. /연합뉴스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을 발표한 뒤 손을 맞잡고 들어올리며 웃고 있다. /연합뉴스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2000년 역사적인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을 평양에서 한 뒤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이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을 극동 러시아에서 하자고 제안해오자 “서울 답방 약속이 어렵다면 판문점이나 제주도에서 해야지…”라고 못마땅해하며 거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오는 4월 말 판문점 남측의 ‘평화의 집’에서 열리기로 해 결과적으로 DJ가 정상회담 장소로 차선책으로나마 희망했던 모양새가 18년만에 실현된 셈이다.


2015년 지병으로 별세한 신건 전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2011년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와 만나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DJ 임기 내 제2차 정상회담이 무산된 과정을 털어놨다. 신 전 원장은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국정원 2차장을 거쳐 2001년 3월부터 2003년 4월까지 국정원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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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전 원장은 당시 “북한에서 국정원을 통해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에서 제2차 정상회담을 하자’고 제안해왔다”며 “DJ에게 바로 보고하면 크게 얹짢아하실 것 같아 고민 끝에 전임 국정원장이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보이던 임동원 통일부 장관을 통해 보고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아니나 다를까 DJ가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 답방 약속을 지켜야지, 나이도 훨씬 많은 내가 평양까지 갔는데…. 최소 판문점이나 제주도에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거절했다”며 “DJ에 대해 한쪽에서 ‘대북 퍼주기’ 라며 북한에 끌려다닌 것으로만 생각하는 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DJ는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에까지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담았는데 경호문제 등으로 서울이 어렵다면 판문점이나 제주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만약 북측 제안대로 러시아에서 할 경우 ‘햇볕정책(대북포용정책)으로 남측 주도로 교류협력이 이뤄지는 것과 달리 외견상 북에 끌려 다닌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 것이다. 이에 남측은 북측에 DJ의 이같은 뜻을 전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무산됐다.

이후 제2차 정상회담은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간에 2007년 10월 평양에서 열렸으나 제3차 정상회담에서는 북측이 전향적 입장을 보이면서 판문점 개최에 합의할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평양, 서울, 판문점 등 후보지를 정해서 제안했고 북한이 이 중 판문점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오는 5월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 장소와 관련,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거나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하는 게 부담이 있을 수 있어 평화의 섬 제주도에서 하자”고 한 제안이 만약 성사된다면 DJ가 차선으로 희망했던 판문점과 제주도 카드가 모두 달성된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고광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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