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정인교 칼럼] 철강관세 면제, 전방위 對美 로비해야

인하대 대외부총장·국제통상학 전공

한미FTA 개정협상과 연계 예상

中 철강 우회수출 방지책으로

통상교섭본부는 USTR 설득하고

靑, 美국방안보라인 협조 얻어야

정인교 인하대 교수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확실시되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정책 정당성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관된 대북 강경론이 드디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냈고 북핵 해결 기회를 잡았다는 것이다.


북한을 다녀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일행이 지난 8일 백악관에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나 하스펠 중앙정보국(CIA) 부국장 등 미국 국방안보 책임자들과 방북결과를 논의하던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기업 노동자와 노조 관계자들을 배석시킨 가운데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일괄 관세 부과 행정명령서에 서명하고 있었다.

‘경제안보가 국가안보’이고 동맹국이 미국에 더 해를 끼쳤음에도 전임 대통령들은 안보산업 보호를 수수방관했으나 자신은 무역전쟁을 불사할 각오로 관세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이 미국산 수출품에 대해 상응하는 관세보복을 취할 수 있게 절차를 밟아나가자 트럼프는 오히려 자동차 관세 부과로 맞대응한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이러한 연쇄적인 보복조치의 현실화 우려가 있으나 지난 1930년대와 같은 대공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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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국에 안보를 이유로 무역제재를 가하는 논리적 모순과 의회지도자들의 조치 철회 요구, 통상환경 악화로 경기하강을 우려하는 경제계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은 발표 시점에 캐나다와 멕시코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협상에서 성의를 보일 것을 전제로 제외했고 무역대표부(USTR)에 오는 23일 발효 이전까지 제재 대상국과 양자 간 협상을 통해 예외국가를 조율하도록 지시했기 때문이다. 호주는 관세 예외를 약속받았고 EU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앞으로 10일 정도 기간 동안 철강 관세 면제를 받기 위해 전방위 대미 로비전을 전개해야 한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품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도록 대통령에게 무역제재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의 연간 철강 수요 3%만이 방위산업에 투입되는 현실로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안보 위협 주장은 수입규제를 위한 명분이고 실제로는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한 선거전략이다. 8일 서명으로 철강업계와 노조의 환심을 얻음으로써 정치적 목적은 달성했고 나머지 국내외 문제는 통상전담기관인 USTR에 넘겼다.

캐나다와 멕시코 사례를 보면 USTR는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한미 FTA 개정협상과 철강 관세 면제를 연계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주요 협상에서 이면합의 등으로 곤욕을 치러온 통상당국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을 사전적으로 약속해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미국의 3위 철강 수출국이고 중국의 철강 수출 1위국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미국이 주장해온 중국 철강의 우회수출 의혹을 이번 기회에 해소하는 방안 제시가 합리적인 카드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정책을 정치적으로 판단하지만 기관 속성상 USTR와는 경제통상 논리가 통할 수 있다. 지난해 워싱턴 한미 정상회의에서 중국산 철강의 대미 우회 수출물량이 2%밖에 안 된다고 항변한 바 있으나 이후 미국의 조치를 보면 우리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 듯하다. 이번 철강 조치는 다분히 중국을 겨냥한 것이고 중국에 대한 규제가 다른 국가의 대미 우회수출을 유도하는 풍선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25% 일괄 관세를 결정한 배경을 고려해 우리 철강업계도 정부와 협력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안보통상 규정인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 국방안보라인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정 실장이 매티스 안보보좌관 등에게 철강 관세 면제를 부탁했고 미측에서 잘 챙겨보겠다고 한다. 우리나라 통상교섭본부가 철강 우회수출 방지 방안으로 USTR를 설득하고 미국 국방안보라인에서 힘을 보태주면 철강 관세 면제를 따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외교당국, 청와대 국가안보실 및 산업계가 지혜를 모아 전방위 로비를 통해 철강 관세 제재 예외를 받아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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