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개헌안 발의를 강행하면서 개헌 처리의 공이 국회로 넘어갔다. 현재로서는 개헌안 통과와 6월 지방선거와의 동시투표 성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다만 개헌안 발의의 마지노선인 한 달여 남은 시간 동안 국민 여론에 따라 국회의 개헌 논의 역시 요동칠 수도 있다. 개헌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개헌 시나리오를 짚어봤다.
①대통령 개헌안 국회서 부결=문 대통령의 개헌안이 이날 국회로 송부되면서 헌법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돼야 한다는 개헌 절차에 따라 국회는 오는 5월24일까지 개헌안을 의결해야 한다. 남은 기간 여야가 개헌안 마련에 실패할 경우 대통령이 발의한 정부안 그대로 본회의 표결에 부쳐지게 된다. 개헌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293석)의 3분의2(196석)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이미 개헌 저지선(재적 293석 기준 98석)을 확보한 자유한국당이 끝내 반대하면 6월 개헌 투표는 물 건너가게 된다.
②야당 이탈표로 극적인 가결=개헌 투표가 기명투표로 진행되는 만큼 부결 시 여론의 역풍을 우려한 한국당 일부 의원의 이탈로 정부 개헌안이 극적으로 국회를 통과하는 실낱같은 가능성도 남아 있기는 하다. 이 경우 의결 시한(5월24일)에 맞춰 국회를 통과하면 6월13일 지방선거에서 동시투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개헌 투표를 하자고 하면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본회의장에 들어가는 사람은 제명 처리하겠다”면서 내부단속에 나섰다.
③여야 합의안으로 6월 투표=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됐지만 여야 합의로 국회 개헌안이 도출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날 여야 3당은 권력구조·선거제도·투표시기·권력기관 개혁을 의제로 한 개헌 협상에 돌입하기로 합의해 기대감을 높였다. 국회안이 마련되면 대통령 약속대로 정부 개헌안은 철회되고 국회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 이 경우 개헌안 발의 시한은 5월4일이다. 다만 시간이 촉박한데다 책임총리제 도입을 둘러싼 여야 입장차가 여전해 개헌안 합의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④내용합의 후 투표시기 조절=여야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자 내용합의를 전제로 투표시기를 6월 지방선거와 분리하는 방안이 새로운 시나리오로 떠오르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이날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국회가 단일안을 만들어낸다면 개헌 시기는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은 6월 국회에서 여야 합의안을 마련한 뒤 개헌 투표는 10월에 실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여당은 ‘시간끌기용 꼼수’라며 반대하고 있어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결국 개헌을 둘러싼 다양한 시나리오를 결정할 최대 변수는 국민 여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개헌안 발의의 마지노선인 5월 초까지 국민 여론의 움직임에 따라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 정치권의 셈법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 개헌안에 대한 긍정적 평가(64.3%)가 부정적 평가(28.5%)를 두 배 넘게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