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사진과 이미지 사용권을 판매하는 글로벌 업체 게티이미지의 한해 수익은 약 8,948억원(지난해 9월 집계) 수준이다. 우리나라 미술 시장 전체 규모로 파악되는 4,000억원의 두 배를 넘는다. 팝아트를 이끈 미국 작가 앤디 워홀(1928~1987)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워홀재단의 지난 2014년 수익 250억원에 견줘도 한국 미술 시장은 초라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매체의 활성화로 미술작품 등 이미지 사용량이 늘어 지적재산권인 저작권료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국제저작권연맹(CISAC)이 지난해 발표한 국가별 미술품 저작권료 징수액이 가장 많은 독일은 연간 약 760억원(5,700만유로)을 거둬들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파악조차 어렵다. 한국미술저작권관리협회(SACK)가 3억원 정도의 저작권료를 연맹에 보고했을 뿐이다.
미술품 관련 저작권이 사각지대에 놓여 문화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중섭·박수근을 비롯해 최근의 이우환·천경자까지 위작문제가 불거지고 유명 작가의 작품을 교묘하게 베껴 만든 유사작과 이미지 도용 상품이 거래되는 등 저작권 침해 사례가 빈번하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저작권보호원이 매년 불법 복제물 유통실태를 조사해 발표하는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는 음악·영화·방송·출판·게임 등 5개 분야만 집계할 뿐 사진을 포함한 조각·설치작품 등의 미술 분야는 다루지 않고 있다. 시장 규모가 미미하고 작가들이 개별관리하기 때문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분쟁조정부에 조정신청이 요청된 사례로 1988년 이후 30년간 274건의 미술 관련 저작권 분쟁이 접수됐다는 것 정도만 집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