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사랑의 발명

이영광(1965~)

살다가 살아보다가 더는 못 살 것 같으면

아무도 없는 산비탈에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누워 곡기를 끊겠다고 너는 말했지

나라도 곁에 없으면

당장 일어나 산으로 떠날 것처럼

두 손에서 심장을 꺼내 쥔 사람처럼

취해 말했지

나는 너무 놀라 번개같이,

번개같이 사랑을 발명해야만 했네


사랑도 발명이 되는군요? 물건의 발명은 전에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기술이지만, 사랑은 그토록 오래된 기술인데도 발명이라 함은 생명을 살리는 원천기술이기 때문이겠지요? 최근의 생물학에 따르면 바다 미생물들은 진화의 과정에서 개체의 생존역량을 최소화하는 유전적 간소화 기술을 발명해냈다고 하지요? 불완전한 개체들은 서로의 정보와 먹이를 나누며 성공적인 공동체를 이룬다고 합니다. 싸늘한 전능보다 따뜻한 의존을 택했다니 그 또한 사랑의 발명이 아니겠는지요. 아, 마음과 발길을 붙잡는 저 봄꽃 또한 매순간 사랑을 발명하고 있군요. <시인 반칠환>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