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유럽인들 사이에서는 격렬한 포격전이 벌어지고 나면 어김없이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는 속설이 퍼져나갔다. 전투에서 발생하는 폭발 굉음이나 화약 터지는 소리가 비를 내리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중세 영국인들은 대기를 뒤흔들어 비를 부르겠다며 마을에 있는 모든 교회의 종을 동시에 울리기도 했다. 산 정상에서 연기를 피워 올리거나 구름 속에 대포를 쏴 인공강우를 시도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인공강우란 강수가 가능할 정도로 발달하지 못한 구름에 응결 입자를 뿌려 인위적으로 비가 내리게 만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드라이아이스나 요오드화은 같은 ‘구름씨(cloud seeding)’가 많이 이용된다. 1946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과학자인 빈센트 섀퍼는 냉장고에 드라이아이스를 넣고 숨을 불어넣으면 순식간에 작은 얼음 결정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매사추세츠 서부의 4,000m 상공에서 구름에 2.7㎏의 드라이아이스를 뿌려 눈이 내리게 만들었다. 세계 최초의 인공강우 실험이었다.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적의 보급로를 차단하겠다며 비행기로 5만발의 강우탄을 쏟아부어 집중호우를 일으키는 일명 ‘뽀빠이 작전’을 펼쳤다. 그 때문에 장마 기간이 30~45일이나 늘어났고 강우량도 3배로 증가했다고 한다. 중국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소형 로켓 1,000여대를 발사해 예정보다 빨리 비를 내리게 유도함으로써 미세먼지를 말끔히 걷어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도 1990년대 중반 소백산맥 이화령에서 미국 측의 지원을 받아 처음으로 인공강우 실험을 했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중국이 티베트 고원에 한반도의 8배 규모의 인공강우 굴뚝단지를 만든다는 소식이다. 160만㎢ 크기의 고원 지대에 수만 개의 굴뚝을 설치하고 열대 공기에 구름씨를 살포해 만성적인 가뭄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인공강우라도 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구름의 분포 등 실험조건이 까다로운데다 유도물질의 환경오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안전성과 경제성을 두루 갖추자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상범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