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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무한도전’ 김태호 PD가 이별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지난 2006년 시작돼 어느덧 13년 차 예능프로그램이 된 ‘무한도전’은 이달 말 길었던 이야기를 잠시 멈춘다. 매주 ‘무한도전’을 기다렸던 시청자들에게는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종영. 이에 김태호 PD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김태호 PD와의 티타임이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렸다.




/사진=MBC/사진=MBC



“처음 시작할 때는 정해진 게 없는, 기존 방송 화법에서 부적합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2008년 이후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되면서 시작과 달리 지켜야 될 룰이 생겼다. 2010년 넘어오면서부터 더 큰 변화가 있어야 되지 않을까 고민했다.”

프로그램의 변화나 시즌제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과 탐색이 있어왔다는 얘기다. 김 PD는 “2008년에 처음 사장님께 시즌제 얘기를 했다”며 “시즌제라 하면 휴식 얘기가 나오는데 사실 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다시 방송을 했을 때 시청자에게 얼마나 더 높은 만족감을 주냐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기대도 부담도 커진다는 것. 김 PD는 익숙함과 동시에 신선함을 찾아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다고. 그래서 자신이 메인 연출자에서 물러나 크리에이터로 참여하고, 최행호 PD가 후임을 맡는 이야기가 오고가게 된 것이다.

“최 PD의 의사를 확인하고 유재석씨와 얘기했다. 13년 동안 가장 중심이 돼서 이끌어온 중요한 인물이니까. 제가 일을 안 하면 본인도 같이 끝내는 게 맞지 않느냐는 의사를 전달했고 그걸 회사에 전했다. 회사에선 원치 않는 결말이었다.”

그렇게 회사와 김 PD의 결정, 유재석의 의견이 나오면서 계속해서 논의가 진행됐다. 결국 ‘무한도전’ 측에서는 ‘시즌 마감하고 휴식기’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김 PD는 당분간 준비한 시간을 갖고 가을 이후 ‘무한도전’ 시즌2 또는 새 기획으로 돌아오겠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다.

김 PD는 다만 ‘무한도전’ 시즌2로 돌아올 것을 확신하지 않은 것에 대해 “그게 정해졌다면 이렇게 멈출 이유가 없다”며 “파업이나 원해서 휴식기를 가질 때도 ‘무한도전’에 돌아온다고 생각하니 준비하는 시간이 힘들었다. ‘무한도전’이라는 틀을 벗어놓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싶다”고 그동안의 고충을 털어놨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떤 시간을 보낼까. 김 PD는 “저에게 내제된 인문학적 소양, 스토리텔링적인 부분을 탈탈 털고 건조까지 끝낸 느낌”이라며 “다시 채우고 싶다. 아들 한글 공부도 시키고, 책장에 있는 세계문학전집도 읽고, 구글 세계지도에 찍은 곳도 가보면서 이야기를 채워오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적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JTBC, tvN, YG, 현대카드(?) 등 모두 ‘사실무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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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함께해 온 멤버들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김 PD는 바로 어제 멤버들과 마지막 촬영 및 종방연을 진행한 것에 대해 “저는 안 울었는데 멤버들이 눈물을 많이 흘렸다”며 “목요일에 MBC에 출근하는 게 삼시세끼 먹는 것처럼 습관이 돼있었을 거다. 농담처럼 다음주 MBC 주변 맴돌다 마주치지 말자는 얘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진=MBC/사진=MBC


멤버들만 아쉬울까. 김 PD 역시 프로그램을 마치는 소회를 전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앞으로도 저는 ‘무한도전’ PD 김태호라는 꼬리표가 붙을 거다”라며 “이 프로그램 때문에 느꼈던 자부심도 기억에 남을 것 같지만 반대로 프로그램에 안 좋은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아쉬움도 있다. 뿌듯했던 것보단 아쉬운 게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가요제나 역사 특집 등은 사회적으로도 반향을 일으키고 호평을 받을 만큼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을 터. 그러나 김 PD는 그만큼이나 두려움이 컸다고 회상했다. “최근 ‘토토가’도 그렇고 큰 특집을 하고나면 제작진들이 소진돼서 다음 주 특집을 준비하는데 너무 힘들다. 이번 주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고민이 모이고 모여 제작진과 멤버들은 이별을 결정했다. 아주 잠시만 멀어지는 것일지 영영 마지막일지는 모른다. 그렇기에 31일 방송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질 터. 이번 주도 저번 주와 마찬가지로 ‘보고싶다 친구야’ 특집으로 꾸며진다. 완벽하게 종영만을 위한 특집은 아니기에 마무리가 다소 허무하지 않을까 우려도 들지만 김 PD는 오히려 만족감을 드러냈다.

“‘보고싶다 친구야’ 중의적인 표현이 좋다. 앞으로 보고 싶을 거라는 느낌도 있었고. 너한테 이런 모습이 보고 싶다 친구야라는 뜻도 있었다. 그렇게 열린 결말 같은 게 ‘무한도전’스럽지 않을까.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정준하, 박명수, 하하가 지난 13년을 돌아보는 소회도 담겨서 결과적으로 맞는 특집이 된 것 같다. 내일 방송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후에는 스페셜 방송이 전파를 탄다. ‘무한도전’의 지난 역사를 돌아보며 멤버 6명이 코멘터리를 덧붙이는 형식이다. 김 PD는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는 30대를 같이 해 와서 인생이 묻어있는 특집이 많다. 그런 것에 대한 소회를 얘기했다”며 “저도 프로그램에서 말하지 못한 비하인드를 담아냈다. 이전에도 스페셜 방송은 많이 해왔으니 혼자서 얘기할 것들이 또 있을 것 같아 인터뷰 위주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무한도전’은 오는 31일 종영한다. 스페셜 방송 이후로는 4월 말부터 최행호 PD의 새 음악퀴즈쇼가 방송될 예정이다.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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