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평양 가는 '소방차 떼'

조종묵 소방청장

조종묵 소방청장



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고 포옹을 하는 장면에 전 세계가 감동했다. 우리 소방관들도 희망과 계획이 꿈틀대기는 매한가지다. 북한의 소방에 대해서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다. 다만 지난 2005년도에 채택된 북한 ‘소방법’을 보면 그들의 소방시스템을 개략적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의외로 북한 소방법은 내용 면에서 우리의 소방법과 매우 닮아 있다. 사실 이것은 당연한 결과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이 하나로, 소방에는 이념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어 내용이 다를 것도 없기 때문이다. 굳이 차이점을 꼽자면 불탈성(가연성)이나 불막이(방화)처럼 일부 한자용어를 우리말로 표현하고 있는 정도다.

음악이나 영화를 세계인의 공통언어라고 하는 것처럼 소방도 국적이나 국경이 없다. 그래서 처음 만나는 외국 소방관과도 금세 친구가 될 수 있으며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소방관이 북한의 소방대에 간다면 당장 근무에 합류해도 될 수 있을 정도로 소방은 자체가 공통의 언어다. 한 연구기관의 자료에 의하면 대북 사업에서 소방은 활발한 투자가 예상되고 필요성이 높은 분야라고 했다.


앞으로 북한이 경제발전에 주력한다면 소방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소방은 경제발전과 함께 강화돼야 할 분야다. 우리나라 소방은 세계적으로도 모범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독자적인 지원이 가능하다. 우리가 생산한 소방차와 구급차를 북녘에서 만나는 것은 충분히 가능성 있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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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북한 소방법 제4조에는 ‘소방수단의 현대화를 추구한다’고 했고 제5조에는 ‘소방 분야에서 다른 나라·국제기구들과의 교류와 협조를 발전시킨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도 주민의 안전을 위해서 우리의 발전된 소방시스템과 장비를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북한의 인적자원이 우수하니 인프라만 갖춰지면 빠른 시간 내에 보다 개선된 소방서비스 공급 능력을 갖출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가 지금 추구하는 것은 평화가 보장되는 속에서 민족 공동의 번영을 이루는 것이다. 안전과 평화는 하나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소방서비스는 인류애를 바탕으로 한다. 방송에서 북한 주민이 재난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보면서 소방차를 출동시키고 싶은 마음을 가진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 동포의 안전은 우선 검토돼야 한다.

20년 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소 떼를 몰고 평양으로 달려갔다. 그때의 감동처럼 이제는 우리 동포의 안전을 위해 소방차와 구급차가 줄을 지어 북쪽으로 달려가는 상상을 해본다. 오는 9월에 충북 충주에서는 ‘2018 세계소방관경기대회’가 열린다. 남북 소방관들이 한반도기를 높이 들고 입장하는 모습도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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