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군비경쟁 지각변동, 인도·사우디↑ 러시아↓

중국·일본도 군비경쟁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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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분쟁지역에 위치한 신흥국들의 군비 지출이 크게 증가하고, 전통적 군사대국인 러시아가 군비 지출 규모를 줄이는 등 군비 경쟁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중국이 ‘군사굴기’를 앞세우며 군비 증강에 박차를 가하자 중국과 국경분쟁 등 갈등을 겪고 있는 주변국들의 군비 또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로이터통신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들은 지난 2일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세계 군사비 지출 통계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군비는 1조7,390억달러로 전년보다 1.1% 증가했다. 군비 지출 부동의 1위인 미국은 전년과 동일한 6,100억달러를 쏟아부어 2010년 이후 이어졌던 군비 감축 추세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중국은 전년 대비 5.6% 증가한 2,280억달러의 군비를 지출해 2위를 차지했으며 최근까지 중국과 대립해온 인도는 5.5% 늘어난 639억달러의 군비 지출로 프랑스를 제치고 5위로 올라섰다. 사우디는 694억달러 상당의 군사비를 쓰며 러시아를 제치고 4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392억달러로 10위를 기록했다.

인도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인 아그니 3(Agni-III)/블룸버그인도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인 아그니 3(Agni-III)/블룸버그


외신들은 특히 러시아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선 사우디와 프랑스를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5위로 올라선 인도에도 주목했다.


SCMP는 군사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지난해 인도는 중국과 히말라야 산맥을 두고 72일 간 국경대치를 벌였고, 파키스탄과도 국경분쟁을 벌이고 있어 앞으로 군비 지출이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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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맨 등과 군사적 분쟁을 겪고 있는 사우디의 군비 확대에 힘입어 중동 지역 전체 군비도 전년 대비 6.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북한은 물론 센가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에서 중국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는 일본도 6년 연속 국방비를 증가시키고 있다.

SCMP는 “중국의 국방비 지출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 전 세계 군비 경쟁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5월 모스크바 시내에서 군사용 차량들이 러시아 전승 기념일 군사 퍼레이드를 위한 리허설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연합뉴스지난해 5월 모스크바 시내에서 군사용 차량들이 러시아 전승 기념일 군사 퍼레이드를 위한 리허설을 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연합뉴스


반면 냉전 시대부터 군사력으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해왔던 러시아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군비 지출 규모를 줄였다. 최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맛’과 극초음속 미사일 ‘아방가르드’ ‘킨잘’ 등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과시했던 러시아가 결국 오랜 서방의 경제제재에 자존심을 굽혔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이 깊어지는 와중에도 군비를 줄인 것은 2014년부터 시작된 서방 경제제재의 영향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무력점령으로 병합한 후 서방이 실시하고 있는 강력한 경제제재와 수년 동안 이어진 저유가 기조가 러시아 재정을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시에몬 베세만 SIPRI 수석연구원은 “러시아에 군사 현대화는 최우선 과제지만 2014년 이후 경제 악화로 국방 예산이 제한되고 있다”며 “러시아는 이제 높은 수준으로 군비 규모를 유지하거나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러시아는 앞으로 5년 이내에 국방 예산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3% 이내로 줄일 것이라고 공표하기도 했다.


노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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