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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수표 남발한 갑(甲)'믹스나인'..."팬들에게 미안해" 죄책감 커

'상생'아닌 '상처'를 선물한 '믹스나인'..보상받지 못한 땀과 눈물

‘믹스나인’ TOP9‘믹스나인’ TOP9



역대급은 역대급이다. ‘믹스나인’이 우승자들에게 ‘공수표’를 날린 최초의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기록에 남았다. 남은 것은 오직 참가자들의 땀, 눈물 그리고 상처뿐이다.

지난해 10월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믹스나인’의 출발은 호기로웠다. 다년간 아이돌 스타 양성 노하우를 쌓아온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와 Mnet ‘프로듀스101’, ‘쇼미더머니’의 한동철 PD의 연출력의 만남만으로도 많은 이들을 성공을 점쳤다.


막상 뚜껑이 열린 ‘믹스나인’은 첫 방부터 삐걱거렸다. 지난해 10월 제작발표회에서 “다른 기획사 대표들에게 불편함을 주면 어떻게 할까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한 것과 달리 양현석은 기획사 투어 내내 ‘갑(甲)’의 입장으로 일관했다. “이 나이 되도록 뭐했냐” 등 그가 쏟아낸 독설에 많은 시청자들의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였다.

이렇게 형성된 비난 여론은 부족한 기획력과 맞물려 흥행 참패로 이어졌다. 1.9%로 시작했던 시청률은 반등은커녕 점점 고꾸라져 0%대까지 추락했다. 그리고 이는 결국 ‘데뷔 무산’이라는 초유의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앞서 제기된 ‘데뷔 무산설’에도 “상생을 이뤄내겠다”고 입장을 밝혔던 YG는 결국 지난 3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사과했다. 이들은 당초 제시한 ‘4개월+@’ 계획을 전면 수정, 3년에 걸쳐 1년의 절반은 각자의 기획사에서 나머지 절반은 ‘믹스나인’ 데뷔조에서 활동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결국 흥행 참패한 ‘믹스나인’ 출신 아이돌은 수익성이 없다는 판단이었을 터.

YG 측의 제안에 각 소속사들은 난색을 표했다. 아이돌 평균 계약기간 7년 기준,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소속 아티스트를 YG와 공유한다는 것은 분명 부담이 따랐다. ‘믹스나인’ 측 활동에 따라 원 소속팀 활동까지 영향을 받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데뷔 무산’의 상처는 고스란히 데뷔할 날만 기다리던 TOP9(우진영, 김효진, 이루빈, 김병관, 최현석, 송한겸, 김민석, 이동훈, 이병곤)에게 돌아갔다. 언젠가는 불러줄 것을 믿고 기다렸던 몇 달은 허무함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그저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을 믿었을 뿐인데.

‘믹스나인’ 데뷔 무산으로 인한 피해는 비단 9명의 일만은 아니다. 최종 9인에 들기 위해 ‘믹스나인’의 문을 두드린 전 참가자, 소속 가수들의 미래를 위해 출연을 결정한 제작자, 여기에 유료투표로 데뷔조를 선발한 시청자까지 모두 피해를 입었다. 때문에 끝까지 책임을 다하지 못한 YG는 더욱 반성해야 마땅하다.

/사진=JTBC/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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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무대에서 서로를 얼싸안고 기쁨을 누렸던 TOP9은 이제 다시 볼 수 없지만, 멤버들 모두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새로운 시작을 준비 중이다. 최종 1위를 차지한 우진영은 지난 2일 네이버 V라이브를 통해 “저는 이 회사에서 열심히 연습해서 더 멋진 모습으로 여러분들에 앞에 나타나려 노력할 테니 많은 기대 바란다”고 전했고, 같은 날 송한겸 역시 “상황이 안 맞아서 이렇게 됐지만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오겠다”라며 다음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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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스타 취재 결과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신인그룹 에이스(A.C.E) 소속 김병관과 이동훈이었다. 에이스는 5일 기부 토크 콘서트 ‘에피소드 하나. 땡큐 콘서트’를 개최하는 데 이어 19일 캐나다 토론토와 20일 밴쿠버에서 팬콘 개최도 앞두고 있다.

김병관은 “저뿐만 아니라 모든 친구들이 방송 내내 노력했던 걸 잘 알아서 아쉬움이 남는다”며 “프로그램을 함께 하면서 같이 울고 웃던 친구들과 프로젝트를 할 수는 없지만 연락도 자주 하고 앞으로 방송국에서 같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각자 서로 열심히 해서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고 데뷔 무산에 대한 아쉬움을 남겼다.

이어 이동훈 역시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라는 마음으로 ‘믹스나인’이 끝난 후에도 매일 열심히 연습했다”며 “믹스나인 멤버들과 같이 하지 못하게 됐지만 모두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언젠가 활동하면서 꼭 만날 거라 믿는다. 서로에게 계속 힘이 될 수 있는 인연이 되고 싶다”고 심경을 밝혔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입을 모아 강조한 것은 팬들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투표를 위해 들였던 시간, 돈, 그리고 응원의 가치를 알기에 결과로 보답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컸다. 다음 앨범 준비를 더 서두르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병관과 이동훈은 “투표하고 기다려준 팬 분들이 가장 아쉬울 것 같다. 보내주신 응원과 성원에 대한 보답을 해드리지 못하게 돼 정말 죄송하다”며 “그래서 에이스 컴백을 최대한 빨리 하고 싶다. 그게 저희에게 투표해주시고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고 미안함을 전했다.

양현석 대표가 강조했던 ‘상생’은 실패했다. ‘믹스나인’이 줄기차게 외치던 “빛나는 소년소녀를 구하라”도 이루지 못했다. 9명에게 ‘믹스나인’은 분명 뼈아픈 추억으로 남았을 테지만, 지금 보상받지 못한 땀과 눈물은 언젠가 모두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으로 되돌아오기를 빌어본다.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이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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