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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공감’ 고흥 거금도 동정마을, 자식 기다리는 어머니 마음

‘다큐공감’ 고흥 거금도 동정마을, 자식 기다리는 어머니 마음



5일 방송된 KBS1 ‘다큐 공감’에서는 ‘오늘도 어머니는 기다립니다’ 편이 전파를 탄다.

의려지망 (倚閭之望), 언제 올지 모르는 자식을 동구 밖까지 나와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


지난 명절에도 다녀오지 못한 고향 집에 홀로 계신 어머니. 어머니는 오늘도 오지 않을 자식을 기다리며 동구 밖을 서성인다. 내려올 법한 자식이 오지 않을 때 섭섭해 하는 얼굴과 내려오겠다는 자식의 기별을 받고 설레는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려본 적 있을까? 긴 연휴가 이어지면 고향집 어머니는 지난 설에 다녀가지 못한 자식들이 혹시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애꿎은 달력만 뒤적여보고 계실지도 모른다. 자식들 다 떠나보내고 혼자 고향에 남은 우리네 부모님은 어떤 모습으로 이 영원한 짝사랑을 견디며 살까?

봄꽃처럼 문득 “엄마~ ”하며 대문을 들어설 자식 기다리는 어머니의 모습은 한 폭의 풍경화처럼 따뜻하고 또 애틋하다. 그 애틋함의 풍경을 고흥의 섬마을 거금도 동정마을에서 담았다. 고향 계신 부모님께 당장 전화 한통 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오늘은 안 올라나.... 옛날에는 저기 나무 밑에 가서 기다리다가 막배 타고 아기들 들어오는 거 보고 그랬제... 엄마 하고 대문으로 들어오면 그렇게 좋았더라”

▲ 남도 중의 남도, 고흥의 아름다운 쪽빛 바다와 봄 풍경.

봄이 절정에 이른 4월 고흥의 봄. 바다와 갯벌을 낀 거금도 동정마을 어머니들의 평범하지만 공감 가는 ‘내리사랑’ 이야기를 쪽빛 바다와 흐드러진 봄꽃의 풍경과 함께 담아낸다.

▲ 바빠서 자주 연락하지 못했던 고향집 어머니의 기다림의 풍경 - 보고 싶은 아들들아, 잘 계신가?, 거금도 동정마을 김복례 어머니 (88세)

“응 보고 싶지. 전화 오면 본 것 마냥 좋더라. 너는 전화 잘 해줘라. 전화 안 하냐? 전화기 없냐?”

김복례 어머니는 5남 1녀를 둔 어머니는 자식, 손주 전화 기다리는 일이 유독 간절하다. 한글을 깨치지 못해 걸 수가 없다. 여든여덟. 갈수록 손자들 이름도 가물가물해지는 나이. 마당 안 뜰에 앉아 봄풍경을 감상하며 해바라기 하는 일이 하루 일과의 대부분. 바다 건너 먼데 나가 사는 자식 손자들 전화 오는 일은 어머니에겐 큰 사건이고 복이다.

“막둥이가 온단다. 서울 사는 넷째도 온단다. 차는 안 갖고 왔으면 좋겠다. 막 걱정이 돼서....”

거금도 동정마을은 밀양 박씨의 마을. 봄이 되면 마을의 시제사를 지내러 명절에도 오지 못햇던 아들들이 봄손님처럼 찾아온다. 김복례 어머니의 아들들도 온다. 어머니는 설레고.... 그런데, 오겠다는 날 아들들 전화도 없고... 늦은 밤까지 동구 밖에 나와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은 애틋하기만 한데...

“엄마 나 갈게요 이러면 잠을 못 자요. 우리 올 때까지 안절부절 하니까 그걸 아니까 전화 안 하고 갑자기 와야 그나마 어머님이 눈 한번 붙이는 거예요.”

시제사를 마치고 온 아들 둘. 오십줄에 앉은 아들이 어머니 앞에서 재롱을 부리는데... 다음날 아들 가는 길 배웅하는 어머니는 봉지봉지 먹을 것 챙겨주느라 분주하기만 하고...


“엄마 조금만 싸줘. 타이어 빵구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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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울면 가는 아기들이 목에 걸려 되겠냐. 안 그래도 엄마 여기 혼자 있응께 자식 노릇 못하네 그러는데 안그래? 자식 보는 앞에서는 나는 춤만 출란다.”

▲ 자식이 옆에 없어도 같이 있는 것 같아 - 혼자 남은 어머니의 시계는 느리게 간다 - 남순열 (82세) 어머니

“카네이션 꽃 이게 뭐라고.... 이게 뭐라고 보면 그냥 좋아.”

요즘 대개 시골이 그렇듯, 고흥 거금도 동정마을 지나다니는 어머니들도 혼자 산다. 어머니들은 자식들 다 커버린 지금에도 늘 일을 끼고 산다. 그렇게 바쁘게 하루로 보내고 깜깜한 밤. 혼자 보내는 적막한 시간의 풍경을 담았다.

▲ 미국 간 아들 보고 싶어 눈물이 나 - 김갑례 어머니 (80)

“택배 보내지 말라해도 자꾸 보내는거 이거 엄마병 같아... 이 병은 죽을 때까지 안 고쳐질 것 같애.”

김갑례 어머니는 미국 가 사는 큰아들에게는 좋아하는 파김치를 더 이상 보낼 수 없어 울컥한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기약이 없을 것만 같다는 아들. 김갑례 어머니가 말하는 효자는, 전화 자주하는 자식이라고.

▲ 고향으로 돌아온 아들, 박은성 (50세)

“시간이 없어 전화 못하겠어요? 정말 그럴까? 마음이지... 그런데, 나도 그게 잘 안되더라고.”

바다가 그렇게 싫어서 도망치듯 도시로 나갔다던 박은성씨. 스무살 때 부모 품을 떠난 박은성씨는 쉰이 되어서야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미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였다. 고향 떠난 아들들의 마음을 박은성씨가 풀어놓는다.

▲ 하루에 팔순잔치만 여덟명, 온동네 자식들 다 모였네

마을에 팔순을 맞은 어머니가 여덟명. 생일 축하 자리에 온 마을 사람들 다 모였다. 그동안 보지 못한 아들 딸들도 다 왔다. 어버이 은혜 부르는 자리에 모두들 울컥하고 눈물을 삼키는데...

[사진=K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전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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