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자원·에너지빅뱅...갈림길 선 한국] 中·日, 濠석유가스 7%씩 확보하는데...韓, 적폐딱지에 겨우 0.5%

<2> '미운 오리' 전락한 호주 GLNG 프로젝트

현지 州정부 장관 "유가 오르며 해외투자 몰려들어"

LNG시장, 2025년엔 구매자서 판매자 우위로 전환

신규 자원개발로 수급 안정·수익성 두 토끼 잡아야

호주 퀸즐랜드주 글래드스톤액화천연가스(GLNG) 액화플랜트가 야간에도 환하게 불을 밝히며 가동되고 있다.  /커티스아일랜드=빈난새기자호주 퀸즐랜드주 글래드스톤액화천연가스(GLNG) 액화플랜트가 야간에도 환하게 불을 밝히며 가동되고 있다. /커티스아일랜드=빈난새기자



세계 최대 천연가스(LNG) 생산국 가운데 하나인 호주는 중국과 일본의 독무대다. 중국의 경우 시노펙을 포함해 3개 업체가 호주에서 생산되는 석유와 가스의 7.2%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도 미쓰이사를 필두로 12개 업체가 6.7%의 비중을 갖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한국가스공사가 진출한 글래드스톤액화천연가스(GLNG) 프로젝트에서 생산하는 가스가 전부다. 비중으로 따지면 0.5%다. 우리나라 전체 LNG 수입 중 호주산이 21%나 되지만 우리나라 기업이 호주에 투자해 생산하는 물량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가스공사의 한 관계자는 “가스 생산만 놓고 보면 일본은 호주 가스자산의 20%까지 확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들도 호주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네덜란드 쉘사는 호주 동부지역 최초의 LNG 프로젝트 ‘퀸즐랜드커티스액화천연가스(QCLNG)’의 운영사업자를 맡았다. QCLNG 프로젝트는 연간 850만톤의 LNG 생산이 가능하다. 쉘사는 이 실적에 힘입어 부유식액화설비(FLNG)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도 따냈다. 첫 선적은 올해 중반에 이뤄지고 생산량의 대부분은 쉘사의 물량으로 활용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종합에너지 기업인 코노코필립스도 노던주의 LNG 프로젝트에 뛰어들어 연간 370만톤을 생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만 거꾸로 GLNG 사업 매각을 추진하는 꼴이다.


현지 반응도 비슷하다. 앤서니 라이넘 퀸즐랜드주정부 자원·광물·에너지장관은 “새로운 입찰을 내놓을 때마다 이미 투자하고 있는 기업뿐 아니라 새로 투자하고 싶어 하는 기업들로 입찰 참여사가 넘쳐난다”며 “투자자원은 풍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가 급락으로 (GLNG 프로젝트 등의 비전통가스전 가치가) 떨어졌지만 당시에도 저평가로 인식돼 투자가 끊이지 않았다”며 “지금은 유가가 다시 오르는데다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투자 호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GLNG 프로젝트의 파트너이자 운영사인 호주 산토스사의 경우 미국 하버에너지사의 인수 제의를 받고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산토스사의 지분 15%를 확보한 중국 역시 추가 투자에 발 벗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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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가스공사는 지난해 4·4분기 GLNG 프로젝트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 2015년 9월 생산을 개시한 후 분기별 영업이익을 낸 것은 처음이다. 14일 가스공사가 발표한 올 1·4분기 GLNG의 영업이익은 2분기 연속 흑자를 내며 사업이 안정 궤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GLNG의 1·4분기 매출액은 1,10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00억원 가까이 뛰었고 영업이익은 107억원 적자에서 140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특히 GLNG는 유가가 올라갈수록 수익이 개선된다. 올 초만 해도 배럴당 60달러(두바이유 기준)대 초반이던 유가는 최근 70달러 선을 돌파했다.

그런데도 자원개발혁신 TF 등은 GLNG 프로젝트에서 ‘적폐’ 꼬리표를 떼지 않고 있다. 사업 철수까지 고려하는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진행된 자원개발을 전수조사한 해외자원개발혁신태스크포스(TF) 역시 GLNG 프로젝트에 대해 속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원개발혁신TF 관계자는 “GLNG의 수익성이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여전히 ‘살린다’는 결론은 확정하지 못했다”며 “더욱 검토하고 추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정적인 가스 수급을 위해서는 GLNG를 포함해 가스공사의 전반적인 사업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는 카타르와 오만으로부터 도입되는 가스 물량의 40% 이상을 수입하는데 오는 2024년 이 국가들과의 도입계약이 끝난다. 2025년부터는 새로운 도입물량을 준비해야 한다. 이를 고려하면 지금부터 가스공사가 가스개발 사업에 뛰어들어야 판매자 우위의 LNG 시장에서 안정적인 가스 수급이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도 변수다. LNG는 재생에너지 시대로 가기 위한 ‘브리지 연료’ 역할을 한다. 자원개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역시 LNG 수입 확대 기조를 보이고 있다”며 “LNG 가격이 치솟기 전에 안정적으로 가스 도입을 확보할 수 있는 자원개발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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