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엘리엇, 현대차 현금 12조 '눈독'…특별배당 요구 등 총공세 나서나

■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연기-엘리엇 다음 목표는

입맛에 맞는 이사 선임 강요

주가 띄워 차익 극대화 노려

"의결권 차등 등 방패 마련을"

2315A04 엘리엇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의도대로 현대자동차그룹이 추진하던 지배구조 개편안이 전면 중단됐다. 1차 목표를 이룬 엘리엇은 단기 수익 극대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005380)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뿐 아니라 대차대조표·주주환원정책·이사회·경영구조 등 전 분야에서 폭격 수준의 총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 목표는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 실현이다. 현대차를 압박해 주가 상승을 유도하는 결정을 하도록 강요한 후 떠나면 그만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주주 가치 제고라는 명분으로 주도권을 잡은 엘리엇이 본인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현대차그룹이 다시 내놓을 지배구조 개편안에도 몽니를 부릴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아직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중단과 관련해 별도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중단은 엘리엇이 요구했던 다양한 조건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환영한다 등의 입장을 아직 낼 이유가 전혀 없다”고 분석했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추진을 밝힌 지난 3월28일 이후 여러 차례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알려왔다. 지배구조는 현대차그룹이 제안한 지배회사가 아니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012330)를 합병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주총이 취소된 만큼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이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할 때까지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지배구조 개편을 지켜보며 엘리엇은 현대차·기아차·모비스 등 핵심 계열사에 대해 “주가를 올려 주주 가치를 제고해야 한다”며 더 과감한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엘리엇이 12조원에 달하는 현대차그룹의 현금을 노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엘리엇은 현대차와 모비스의 유보금을 적극 활용해 추가 자사주 소각을 요구했다. 또 기아차가 보유한 모비스 및 글로비스의 주식에 대한 처분 등을 강요했다. 가장 핵심은 막대한 배당요구다. 현대차 8조원 이상(특별배당 6조원, 기말배당 2조원 이상), 현대모비스 7조원 이상(특별배당 6조원, 기말배당 1조원 이상)을 요구했다. 지난해 배당총액인 현대차 1조800억원, 현대모비스 3,207억원보다 최대 8배나 많다. 배당성향도 지난 3년 평균인 20% 수준에서 40~50%로 높일 것을 요구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글로벌 기업 수준에 맞추라는 논리지만 모든 요구는 주가를 올리는 재료다.

엘리엇은 요구사항 관철을 위한 핵심 조건인 이사회 재구성에 특히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에 다국적 자동차 및 부품사 경험이 풍부한 사외이사 세 명을 선임하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엘리엇이 “세계적 자동차 브랜드 위상에 맞는 글로벌 기준과 이에 부합하는 경영구조 실현을 위해 추가 방안을 채택해달라”고 밝힌 만큼 알려진 내용 외의 추가 요구 사항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이 엘리엇의 다양한 요구를 다 받을 이유는 없다. 배당 확대나 이사회 재구성 등 일정 부분은 주주 가치 개선을 위해 필요하다지만 엘리엇의 요구는 단기간에 주가를 띄우기 위한 무리한 깜짝 이벤트성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현대차그룹이 엘리엇의 요구를 전면 거부할 수도 없다. 향후 진행할 지배구조 개편안에 엘리엇이 또 어깃장을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과 엘리엇 사이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불합리한 조건들을 들어줘 기업 가치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엘리엇과 같은 헤지펀드에 유리한 지금의 국내 제도와 경영 상황에서는 장기 발전을 위한 방안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주식 보유 기간에 따른 의결권 차등 부여와 같은 경영권 방어 제도 등 기본적인 방패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