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25% 관세 폭탄을 던지면 국내 철강 업체도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철강 업계는 미국이 ‘안보 침해’를 이유로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무역확장법 232조의 관세 폭탄에서 벗어난 지 한 달도 안 돼 악몽이 되풀이될 위기에 처했다.
24일 철강 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 업체들은 미국과의 쿼터 협상으로 수출물량이 제한돼 있다”며 “자동차가 관세 폭탄을 맞아 미국으로 생산물량을 돌리면 한국 철강 업체들은 공급 요청이 들어와도 수출을 더 늘릴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다”고 토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확장법 232조 수정안을 최종 승인했다. 한국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25%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철강 수출물량을 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로 제한하기로 합의하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날(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자동차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최대 2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고율의 관세 폭탄을 빌미 삼아 미국 현지생산을 늘리라는 압박이다. 이에 따라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현지생산을 늘리는 쪽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004020) 등이 국내 생산공장에 자동차용 강판에 쓰이는 냉연을 납품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 대수만 연간 80만대에 달한다. 관세 폭탄을 피해 미국으로 생산지를 옮기면 국내 업체들도 냉연을 미국에 납품해야 하는 구조다. 하지만 냉연강판의 경우 미국 수출량이 12만7,929만톤으로 판재류 가운데 가장 적다. 이 이상 수출할 수 없다는 말이다. 여기에 미국은 국내 냉연강판에 업체별로 40%대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수출한다 해도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납품하는 물량이 많은 현대제철은 해외생산이 늘수록 제약을 받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