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주도권 기싸움...롤러코스터 탄 북미회담

북미 정상회담의 여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회담 날짜와 장소를 밝히면서 본격 시작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매우 기대되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오는 6월12일 개최될 것”이라며 “우리 모두는 회담을 세계 평화를 위한 매우 특별한 순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기류가 바뀌기 시작한 계기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인터뷰였다. 볼턴 보좌관은 13일(현지시간) 북한의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PVID)를 위해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 능력이 완전히 제거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북한이 먼저 ‘북미 정상회담 재고’라는 강수를 꺼내 들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16일 담화문을 내고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 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며 다가오는 조미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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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국은 북한에 대한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우리는 어떠한 양보도 하기 전에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의 ‘복귀 불가능 지점’에 도달하는 것을 봐야 한다”며 “우리는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전방위 외교적 압박을 계속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북한도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담화문을 통해 펜스 부통령을 ‘아둔한 얼뜨기’라 칭한 뒤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며 미국이 우리와 마주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라고 반격했다.

미국의 2인자 펜스 부통령에 대한 공격은 강경파들의 인내심을 건드렸고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발표로 이어졌다.

김 제1부상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9시간 만에 유화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시기 그 어느 대통령도 내리지 못한 용단을 내리고 수뇌상봉(정상회담)이라는 중대사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데 대해 의연 내심 높이 평가해왔다”면서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손을 내밀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한의 이러한 제스처에 “따뜻하고 생산적인 담화”라면서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될 수도 있다고 화답했다.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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