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시각] 심판이 주인공 돼선 안 된다

김광수 증권부 차장




올 시즌 프로야구에는 단연 한화이글스가 화제의 중심에 있다. 몇 년간 유명 감독을 사령탑으로 모시고 수백억원을 투자했음에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던 한화가 올해는 달라졌다. 시즌 초부터 승승장구하며 구름관중을 몰고 다니면서 10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런 한화이글스 팬들이 분노할 뻔했다. 지난 29일 열렸던 경기에서 발생한 오심 탓이다. NC 다이노스 박석민 선수의 파울 타구를 홈런으로 판정하며 한화 팬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 비디오 판독까지 실시했음에도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가 경기가 끝나고 난 후에 비로소 오심을 인정했다. 만약 경기가 한화가 아닌 NC의 승리로 끝났거나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논란은 훨씬 커졌을 가능성이 높다.

스포츠 경기에서 ‘심판이 주인공이 되면 안 된다’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심판은 경기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하는 역할만을 수행해야 한다. 심판의 판정이 한 팀에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치우쳐서는 안 되고 경기 결과에 결정적 역할을 미쳐서도 안 된다. 물론 심판도 실수하기 마련이지만 그들의 잘못된 판단 하나가 경기를 망치고 이를 지켜보는 관중들까지 실망하게 만들 수 있다. 관중이 크게 줄어든 프로농구의 원인을 두고 심판들의 자질 부족을 문제 삼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금융투자 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감독당국의 판단이 투자자들의 투자의지를 꺾는 것은 물론 금전적 피해를 안길 수도 있어 그만큼 더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 주식시장에 신규 투자자가 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금융당국에 대한 불신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믿을 수 없는 시장에 투자하느니 테마주 등으로 한탕 벌겠다는 투기수요가 적지 않은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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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시장의 심판은 금융감독원이다. 최소한의 역할로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데 최근 금감원을 보면 심판이 아닌 선수로 직접 경기에 뛰는 모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분식회계 논란이 대표적이다.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민감한 정보를 공개해 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줬다. 삼성바이오는 물론 당시 버블 논쟁을 일으키던 바이오주 전반으로까지 파장이 확산돼 개미 투자자들을 한때 패닉에 빠뜨렸다. 금감원은 “더 큰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고심 끝에 공개했다”고 하지만 이 과정에 금융위원회와의 엇박자도 드러났고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삼성바이오가 억울하다고 지적하는 것 중 하나도 과거에 문제가 없다고 넘어갔던 사안을 다시 문제 삼는 달라진 심판 판정기준이다.

삼성바이오의 분식 여부는 31일 세 번째 감리위원회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결과가 나와도 시장은 요동칠 가능성이 높고 투자자들 역시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다. 어찌 됐든 최근 일련의 사안들이 금융당국의 심판인 금감원의 설립 목적에 맞는지 다시 돌아보게 한다. 금감원은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업무 등의 수행을 통해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 관행을 확립하고 예금자 및 투자자 등 금융수요자를 보호함으로써 국민 경제의 발전에 기여함’을 설립 목적으로 한다.

bright@sedaily.com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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