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뒷북경제] 이자·배당소득만 年1,500만원, 세금 늘려야 할까요

금융소득 과세 강화 논의 재개




여당에서 금융소득이 많은 고소득층에게 세금 부담을 늘리는 개정법안이 나왔습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인데요, 금융소득에 종합과세를 적용하는 기준을 현행 2,000만원 초과에서 1,000만원 초과로 강화하는 내용이 뼈대입니다. 다시 말해 이번 법안이 실제 통과하면 이자나 배당 소득이 1,000만원 초과, 2,000만원 이하인 사람은 기존 분리과세에 따라 14% 세금을 내지만 앞으로는 최대 42%까지 세율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죠. 금융소득은 은행 예·적금에서 발생한 이자, 보유 주식에서 나오는 배당금 등이 포함됩니다. 돈을 어디에 어떻게 넣었는지에 따라 달라지는데, 3년 만기 회사채 금리(2.82% 기준)를 고려했을 때 금융자산 추정액이 3억5,500만원(금융소득 1,000만원)에서 7억1,000만원(금융소득 2,000만원) 사이로 보입니다.



그럼 여기서 말하는 분리과세는 뭘까요.

정부는 사람들이 사업을 하거나 직장을 다니거나 어떤식으로든 돈을 벌었을 때 세금을 물립니다. 우리나라 과세 체계는 돈을 많이 받을 수록 점점 세금을 더 많이 걷는 누진세율을 적용하는데요, 이 때문에 종합소득이 5억원을 초과하는 사람은 42%의 높은 세금을 내야 하죠. 예를 들어 연봉이 10억원인 대기업 임원이 회사채나 금융상품, 주식에 7억원 정도를 투자해서 연간 2,000만원의 금융소득을 올린다면, 현재 법 체계상으로 연봉 10억원의 세율은 42%지만, 금융소득 2,000만원은 따로 떼어내 14% 세율로 계산됩니다. 이렇게 ‘분리’해 과세하는게 분리과세입니다. 금융자산이 수십억원에 달해 금융소득만 수천, 수억원을 벌 경우에는 이미 종합과세를 적용해 고율의 세금을 내고 있죠. 한편 은행에 수백, 수천만원을 넣어두고 소액의 이자를 받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14%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이번에 금융소득의 과세체계 개편이 거론된 데는 이처럼 실제 소득 격차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같은 세율을 매기는 현재 체계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도 한 이유입니다.


금융소득 분리과세 개편 얘기가 이번에 처음 나온 것은 아닙니다. 지난 19대 국회 때 정의당이, 지난해에는 국민의당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으며 문재인 대통령도 공약에서 ‘자산가의 자본이득 과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죠. 지난해에는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40→42%)과 겹치며 박주현 의원안이 폐기됐지만 올해 여당 기재위 간사인 박광온 의원이 다시 대표발의자로 나선 만큼 무게감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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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기획재정부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5년을 기준으로 기준금액이 1,000만원으로 인하되면 분리과세→종합과세 대상자는 기존 11만명에서 38만명으로 27만명 확대됩니다. 조세재정연구원이 2016년 말 발표한 ‘금융소득종합과세 개편의 영향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에 따르면 2014년 귀속분을 기준으로 종합과세 기준 강화 시 과세 대상은 37만명, 세수는 1,300억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는데 이를 감안하면 이번 세법 개정으로 세수 효과는 1,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2916A08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2916A08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


분리과세 기준이 바뀌면 소득불평등이 완화되는 효과도 따라올 것으로 보입니다. 2012년 세법 개정으로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인하한 뒤 소득불평등을 따지는 지니계수(높을수록 불평등)가 0.3314에서 0.3199로 3.47% 개선됐는데 조세연은 기준이 재차 1,000만원 초과로 바뀌면 지니계수도 5.1%(0.3314→0.3145)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다만 금융소득 증세안이 현실화하기까지는 넘어서야 할 산이 적지 않습니다.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은 역시 ‘조세 저항’입니다. 지난해 이미 ‘부자 증세’ 차원에서 과세표준 5억원 초과자의 소득세 최고세율을 40%에서 42%로 올려놓은 데다 올해는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인상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요. 정부가 아무리 소득분배나 양극화 해소를 외친다더라도 짧은 시간에 특정 계층에 과도한 세금 부담을 안기는 데는 저항과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박주현 의원이 발의한 금융소득 분리과세 개선안이 폐기된 데는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도 한몫한 만큼 종부세와 금융소득세를 한 번에 올리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세종=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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