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로밍요금 낮춘 이통사 .. '유심 이용자' 잡기 성공할까?

이통사 로밍요금 현지 유심 대비 3배 이상 비싸

'알뜰족' 해외 여행객 대부분 현지 유심 사용

종량제 요금 95% 낮추고 무제한 데이터요금 신설 불구 이통사들 '유심 이용자' 잡을 수 있을 지 의문

KT가 지닌달 30일 해외에서 음성 통화시 1초당 요금을 1.98원으로 낮추는 등 이통 3사가 로밍 요금 경쟁에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KTKT가 지닌달 30일 해외에서 음성 통화시 1초당 요금을 1.98원으로 낮추는 등 이통 3사가 로밍 요금 경쟁에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KT



#직장인 변형석(가명) 씨는 언젠가부터 이통사 로밍 요금제를 쓰지 않는다. 해외 현지 유심(USIM)을 구입 해 장착하면 이통사 로밍 요금 대비 3분의 1도 안되는 가격에 스마트폰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변 씨는 “얼마 전 미국 여행을 다녀왔는데 국내에서 2만9,000원에 구입한 유심 칩으로 열흘 가량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이용했다”며 “국내 로밍 서비스를 이용했다며 요금이 10만원이 훌쩍 넘는 데다 속도제한(QoS) 등으로 데이터 품질도 좋지 않아 현지 스마트폰 사용 시 애 먹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여행 시 유심칩을 통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이통사들이 로밍 요금제 개편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루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나 국내 수준의 음성통화료를 제공하는 등 이전 대비 파격적인 상품이 주를 이루지만 현지 유심칩 이용 대비 부담이 3배 이상 높아 ‘알뜰족’들을 끌어들이기에는 힘들 전망이다. 다만 현지 유심칩 구입을 번거로워하는 이용자나 해외에서도 기존 번호로 전화할 일이 많은 이들의 호응은 클 것으로 보인다.

2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KT(030200)는 지난달 30일 해외로밍 통화요금 과금 방식을 1분당에서 1초당으로 개편했다. 이에 따라 미국, 중국, 일본에서 1초당 1.98원을 적용해 국내와 같은 수준에서 이용 가능토록 했다. 기존 요금 대비 최대 95% 가량 저렴하다. KT는 또 이달부터 석달 간 200kbps 속도로 로밍 데이터를 무제한 쓸 수 있는 ‘데이터로밍 하루종일 톡’ 하루 이용료를 7,700원에서 3,300원으로 내렸다.


SK텔레콤(017670) 또한 기존 1MB 당 4,506원인 데이터 로밍 요금을 563원으로 88% 가량 내렸으며 데이터 요금 상한도 2만2,000원에서 5,000원으로 낮췄다. 또 음성 로밍 서비스에 초당 과금 체계를 적용했으며 하루 무료통화 3분을 무료로 제공하는 파격 서비스도 선보였다. LG유플러스(032640)는 하루 1만3,200원에 중국, 일본, 미국 등 37개국에서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요금제를 내놓았다. 이통 3사 중 데이터 용량과 속도 제한(QoS)이 없는 첫 로밍 요금제다.

관련기사



이 같은 로밍 서비스의 장점은 국내에서 쓰는 번호를 해외에서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걸려 온 전화나 문자를 바로 수신할 수 있다.

반면 유십칩을 쓸 경우 요금 부분에서는 로밍 서비스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편익이 크다. 유럽 지역의 경우 유심칩을 이용하면 한 달 3만4,000원가량에 12GB의 데이터 이용이 가능하며 미국 또한 3~6만원 정도면 한달 가량 무제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카카오 계정이 아닌 휴대전화 번호 기반으로만 카카오톡에 가입한 이용자는 현지 유심칩 교환 시 카카오톡 관련 데이터가 초기화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이통사들의 로밍 관련 요금 인하는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의 요금인하 압박이 첫 번째 이유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통신요금 인하 공약 발표 당시 ‘한·중·일 3국간 로밍요금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국정감사 등에서 ‘로밍 요금 폭탄’ 관련 이야기가 해마다 제기되는 상황에서 정부 규제에 민감한 이통사들의 나름 자구책이다.

수익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이통사들의 로밍 관련 수익은 지난 2016년 약 3,300억원으로 수년 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해외 여행객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현지유심칩 이용자 또한 덩달아 늘면서 수익이 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반면 “로밍요금이 비싸다”는 불만이 계속되고 있어 관련 수요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이통사들의 최근 로밍 요금제 개편 방향을 보면 하루 1만원 가량에 쓸 수 있는 정액 요금제는 크게 손대지 않고 여행객들이 거의 이용하지 않는 종량제 요금 개편에 힘을 줬다. 로밍 요금 인하로 매출 감소가 우려된다는 ‘우는 소리’와 달리 수익 반등을 추가로 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양철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