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바이오USA]中 신약 파이프라인 韓·日 추월...우시바이오 부스에 '스포트라이트'

거침없는 中 바이오굴기

조립형 공장 시스템 도입...공기 단축으로 인프라 부족 극복

대규모 차이나머니 앞세워 해외 바이오 혁신 기술도 싹쓸이

삼바·셀트리온도 "CDMO 진출" 선언했지만 주목도 떨어져

5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에서 우시바이오로직스 부스를 찾은 방문객이 회사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보스턴=김지영기자5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에서 우시바이오로직스 부스를 찾은 방문객이 회사 관계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보스턴=김지영기자



‘2018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이하 바이오USA)’이 열리고 있는 미국 보스턴 현지에서는 올해 행사의 주인공 중 하나로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를 꼽는 분위기다. 중국 최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인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이번 바이오USA 행사에서 글로벌 고객사들을 상대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우시바이오로직스가 계획대로 아일랜드와 싱가포르에 공장을 짓게 되면 생산능력이 기존 3만ℓ에서 9만ℓ로 늘어난다.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능력인 36만ℓ에 비하면 4분의1 수준에 불과하지만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공격적인 투자 행보에 나서면서 글로벌 투자자들과 제약·바이오 업체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매년 바이오USA에 참가해온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올해 행사에서 CDMO 분야 진출을 선언했으나 예년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졌다. 5일(현지시간) 전시장에서 만난 국내 바이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분식회계 이슈로 올해 처음 바이오USA에 불참한 틈을 타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고객 확보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라며 “중국 바이오 기업들의 성장 속도가 갈수록 가팔라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바이오 성지인 보스턴에서 중국의 ‘바이오 굴기’는 현재 진행형이었다. 실제 바이오USA에서는 상당수의 참관객이 중국관을 방문해 기술 수출과 협력을 위한 미팅에 열중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중국관이 바이오USA의 스폰서 기업인 머크·애브비·존슨앤드존슨 등 내로라하는 다국적 제약사들의 전시관 옆에 위치해 관람객들의 동선이 자연스럽게 중국관으로 이어지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 업체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관람객이 다국적 제약사 부스에 한 번은 방문하다 보니 바로 옆에 위치한 중국관을 들르는 것 같다”면서 “신약 파이프라인 등을 소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5년 바이오·의료기기 분야를 10대 핵심사업에 추가한 ‘중국제조 2025’ 전략 발표 이후 시작된 중국의 바이오 굴기는 대규모 투자를 통한 ‘속도전’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바이오·제약에 뒤늦게 뛰어들어 관련 인프라·노하우가 부족한 중국은 해외 제약사의 공장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기술격차를 뛰어넘으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자사 부스에서 중국 고객사를 소개한 GE헬스케어 관계자는 “기존 방식으로 공장을 지으려면 4년 이상 걸리지만 조립형으로 1년 반 만에 완공해 생산속도를 높인다”면서 “중국의 베이진과 JHL바이오텍 등 14개 중국 기업이 조립형 공장을 도입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차이나 머니’로 우수한 파이프라인을 가진 미국의 바이오 벤처기업을 선점하려는 시도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투자분석정보 업체인 피치북에 따르면 중국 기반의 벤처캐피털(VC)이 올 1·4분기 미국 바이오 기업에 투자한 금액만 14억달러(약 1조5,000억원)다. 같은 기간 전체 VC 미국 투자금의 4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우수한 기술력이 있으나 자금이 부족한 기업 등을 대상으로 투자해 해외의 바이오 혁신기술을 쓸어담으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게리 브렁크 루미라캐피털 상무는 “최근 중국 제약 회사와 의료기기 회사에서 미국·캐나다에서 활동하는 바이오 회사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중국 돈을 해외로 유출하는 데 제한을 두면서 지금은 잠시 주춤하지만 여전히 상당한 차이나 머니가 미국 바이오 기업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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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거대한 시장을 바탕으로 중국의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갈수록 성장하는 추세다. 2011년 594억위안(약 10조980억원) 규모이던 중국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5년 1,453억위안(약 24조7,010억원)으로 평균 25.1%의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냈으며 오는 2020년에 시장 규모가 3,333억위안(약 56조6,61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합성 신약 20개, 바이오 신약 3개를 독자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산업 육성을 저해할 수 있는 각종 규제와 통제를 없애는 데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혁신 신약 개발에서는 한국과 일본에 뒤처졌지만 신약 파이프라인은 이미 양적인 면에서 양국을 능가한 상태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중국은 총 1,359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한국(934개)과 일본(1,209개)보다 많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에서는 중국이 835개로 한국(527개)과 일본(549개)을 크게 앞섰다. 전 임상 단계에 파이프라인이 몰려 있지만 임상 2·3상에 이른 신약도 상당수다.

이러한 중국의 바이오 굴기에 맞서 한국 주요 바이오 기업들도 위탁생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연구개발(R&D)을 통해 우수한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적극 나선다는 전략이다. 올해 바이오USA에서 CDMO 사업 진출을 본격 선언한 셀트리온은 처음으로 부스에 미팅룸 2개를 설치하고 글로벌 바이오 업체 관계자와 투자자들과 상담을 진행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참관객들이 CDMO 사업에 큰 관심을 나타낸다”면서 “행사 기간 총 150개 미팅 중 30~40%가 CDMO 관련 미팅일 정도”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역시 CMO에 이어 의약품위탁개발(CDO)에 뛰어들면서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중국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MO 분야에서 인정받은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CDO에서도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보스턴=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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