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회사 곳곳에 CCTV.. 화장실 가기도 두려운 직장인

사무실·휴게실 등 설치 기업 급증

임원 등 휴대폰에 연결 감시까지

자리 오래 비우면 사유서 제출도

"직원 감시 위법소지" 지적에도

고용부 등은 관리책임 미루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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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씨는 회사에서 화장실을 가더라도 10분 안에 다녀와야 한다. 사내 곳곳에 설치된 CC(폐쇄회로)TV와 경영지원팀 감시 탓에 10분 이상 자리를 비우면 질책을 받기 때문이다. 김씨는 “임원 등 일부 관리직은 사내 CCTV를 자신의 휴대폰으로 연결해 직접 감시한다”며 “밤늦게 야근하고 있는 모습을 화면으로 지켜보다가 ‘불 꺼라’라는 연락을 받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위해 사무실 안에 CCTV를 설치하는 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가 관리 책임을 미루는 사이 직장인들은 회사의 감시망에 둘러싸여 속만 태우는 실정이다.


6일 관련 업계와 직장갑질119 등에 따르면 사업장 안에 설치된 CCTV로 감시와 협박을 당한다는 직원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보안과 안전 예방을 이유로 생산 공장이나 편의점, 커피 판매점 등에 설치하던 CCTV를 이제는 일반 사무실에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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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기업정보플랫폼 잡플래닛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사무실에 CCTV가 설치됐다고 제보된 회사는 383개사에 이른다. 국내 유력 교육업체인 H사의 재직자들은 “사무실 곳곳에 CCTV가 설치됐고 감시 전담 직원도 있어 자리를 오래 비우면 사유서를 제출하는 등 감시가 일상화됐다”며 “외부인이 들어오지 않는 구역인데도 CCTV를 설치해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는 것은 전형적인 인권 침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 프랜차이즈업체의 재직자도 “회의실·상담실·휴게실 등 회사 곳곳에 CCTV가 설치돼 있다 보니 회사 감시를 견디지 못하고 퇴사자가 속출하는 실정”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CCTV가 본래 목적과 다르게 직원 감시와 부당한 징계의 근거로 활용되는 사례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접수한 CCTV 관련 제보 37건 중 사업주가 수시로 직원을 감시하는 행태는 23건에 이른다. 또 감시 내용을 바탕으로 부당한 징계를 내렸다는 제보도 10건이었다. 전문가들은 직원들의 근무 태도를 감시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고용부·개인정보침해센터·행안부 등은 “사내 CCTV에 대한 권한이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면서 실질적인 규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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