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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人] '집념의 발레리나' 박세은 "한계 깨뜨리는 용기 커져…亞 첫 에투알 도전해야죠"

무용계 최고상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

안정된 기술·다양한 표현력 압권

지독한 연습벌레로 '빡세은' 별명도  

5일(현지시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러시아 ‘브누아 드 라 당스’ 시상식에서 한국 발레리나 박세은이 최고여성무용수상을 받고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5일(현지시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러시아 ‘브누아 드 라 당스’ 시상식에서 한국 발레리나 박세은이 최고여성무용수상을 받고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아직 제가 ‘브누아 드 라 당스(Benois de la Danse)’ 수상자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요.”

브누아 드 라 당스 조직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최고여성무용수상 수상자로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 제1무용수로 활약하고 있는 박세은(29·사진)을 선정했다.


박세은은 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나머지 나에게 많은 기회를 줬던 오렐리 뒤퐁 파리오페라발레단 예술감독, 스승인 김선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장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지 못해 아쉽다”며 “밤새 감사인사를 돌렸다”며 웃었다.

박세은에게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작품은 지난해 9월 공연한 ‘다이아몬드’. 전설적인 안무가 조지 발란친의 ‘보석(Jewels)’ 3부작 중 하나인 이 작품에서 주역을 맡은 박세은은 특유의 안정된 테크닉과 다채로운 표현력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2017-2018시즌 전까지만 해도 캐스팅 기회가 적어 늘 춤이 고프고 무대가 아쉬운 상황이었는데 뒤퐁 예술감독 취임 이후 좋은 작품으로 무대에 오를 기회가 많아졌다”며 “같은 시리즈의 ‘에메랄드’ 무대에까지 올라 체력적으로 정말 힘든 상황이었는데 에너지가 넘치던 시기다 보니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빡세은’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지독한 연습벌레인 박세은은 유럽 무대에서 동양인 발레리나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발레를 시작하며 발레 영재로 이름을 떨쳤고 2007년 로잔 콩쿠르에서 1위, 2010년 불가리아 바르나 콩쿠르 금상 등 세계 4대 발레 콩쿠르 중 세 곳을 휩쓸며 ‘콩쿠르의 여왕’으로 불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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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준단원으로 파리오페라발레에 진출한 후에는 초고속 승진으로 화제를 모았다. 349년 역사를 자랑하는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입단 1년 만에 한국 발레 무용수로는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후 두 번째로 정단원에 발탁된 데 이어 아시아 무용수로는 최초로 ‘프르미에르 당쇠즈(premiere danseuse)’라 불리는 제1무용수 자리까지 올랐다.

이제 박세은은 아시아는 물론 프랑스인이 아닌 무용수로는 처음으로 발레단 최고 자리인 에투알(최고수석)에 도전한다. 프르미에르 당쇠즈까지는 승급시험을 통해 선발되지만 에투알은 예술감독과 이사회 논의를 거쳐 지명된다. 아직 프랑스인이 아닌 에투알은 나온 바 없다. 박세은은 “스스로 과소평가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늘 내 한계부터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최근 들어 한계를 깨뜨리는 일들이 많아져 용기가 생겼다”며 “이제는 에투알도 욕심내볼 수 있을 것 같아 준비해볼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시상식 이튿날인 이날 오전 박세은은 한숨도 자지 못한 채 프랑스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오는 9월 개막하는 제롬 로빈스 헌정공연 중 ‘글래스 피시스’ 무대에 오르는 터라 빠듯한 리허설 일정에 맞춰 파리로 복귀한 것이다. 박세은은 “이번 수상으로 모든 것을 이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과 배역이 너무나 많다”며 웃었다.

한편 무용계 최고 권위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는 1991년 국제무용협회 러시아 본부가 발레의 개혁자 장 조르주 노베르(1727~1810)를 기리기 위해 제정하고 이듬해 시상하기 시작한 세계적 권위의 상이다. 한 해 동안 세계 각국 정상급 단체가 공연한 작품을 심사 대상으로 해 매년 모스크바에서 시상한다. 박세은에 앞서 한국인 무용수로는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1999년), 김주원 발레리나(2006년)과 김기민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2016년)가 이 상을 받았다.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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