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미국 정상회담이 끝나고 시장에서 남북 경제 협력주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식으면서 해당 종목들의 공매도 잔액이 급증하고 있다. 연초부터 증시를 뜨겁게 달군 북한 이슈가 막을 내리고 경협주의 주가 상승세도 끝물에 다다른 징조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건설(000720)은 전거래일 대비 3.73%(2,700원) 내린 6만9,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은 주가가 하락했지만 현대건설은 올해 들어 남북 평화 무드에 대표 경협주로 주목받으면서 연초 대비 주가가 91.7%나 올랐다. 하지만 최근 10거래일 중 2거래일을 제외하고 매일 하락하면서 지난 5월28일 기록한 올해 최고 종가인 7만9,100원과 비교했을 때는 주가가 12% 빠지는 등 조정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과 함께 경협주로 주목받은 현대엘리베이(017800)터(-3.63%), 현대로템(064350)(-4.69%) 등 다른 종목들도 이달 들어 주가가 하락하면서 부진한 흐름이다.
공매도 거래가 급증한 것이 경협주 하락세를 부채질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공매도 잔액 수량은 7일 394만1,760주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연초 공매도 잔액 수량이 불과 12만8,141주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반년도 안 돼 30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전체 상장 주식 수 대비 공매도 잔액 비중도 연초 0.12%에서 7일 3.54%로 급상승했다. 지난해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량이 2만9,083주에 그쳤지만 올해 1차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던 4월27일 이후 이달 11일까지 일평균 공매도 거래량이 45만5,007주로 급등한 것이 공매도 잔액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건설의 공매도 거래량은 이달 들어서도 11일까지 하루 평균 25만554주를 기록하는 등 높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공매도 거래량이 늘었다는 것은 향후 주가 하락을 전망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현대건설 외에 현대엘리베이터·현대로템 등 다른 경협주도 4일 기준 공매도 잔액이 연초 대비 각각 3~4배 늘어난 상황이다.
공매도 증가 흐름이 경협주 변화에 따라 건설에서 철강·식품 등 다른 업종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창업주가 북한 출신으로 식품업종 중 최근 남북 경협주로 주목받는 오리온(271560)은 7일 공매도 거래량이 6만3,601주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하루 평균 공매도 거래량인 1만3,572주와 비교해 급등한 것이다. 최근 건설주에서 식품주로 경협주의 흐름이 변하면서 오리온 주가가 오르자 공매도 거래도 함께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