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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오스터마이어, “엔터테이너로서의‘리처드 3세’선 보일 것“

유럽 연극계의 거장 토마스 오스터마이어(Thomas Ostermeier)가 2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지난 19년간 혁신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유럽 연극계의 중심에 선 독일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의 기자간담회가 14일 오전 LG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 (Thomas Ostermeier)/사진=LG아트센터 제공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 (Thomas Ostermeier)/사진=LG아트센터 제공



셰익스피어의 초기 걸작으로 손꼽히는 ‘리처드 3세’는 영국 요크 왕조의 마지막 왕이었던 실존 인물 리처드 3세(1452~1485)를 다루고 있다. 기형적인 신체로 태어난 리처드가 형제와 조카들을 무자비하게 제거하며 왕좌를 차지하였지만, 그에 맞서 일어난 리치먼드 백작 헨리 튜더(훗날 헨리 7세)의 전투에서 패배하고 최후를 맞는다는 이야기다.

오스터마이어가 연출한 ‘리처드 3세’는 2015년 2월 베를린에서 초연된 후 그 해 여름 아비뇽 페스티벌과 2016년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며 극찬을 받았다.

오스터마이어는 반원형의 무대를 세우고 이를 꽃가루와 흙먼지가 흩날리는 무채색의 황량함으로 채워 그 위에서 펼쳐지는 핏빛 살육과 검은 모략의 현장을 더욱 강렬하게 부각시켰다. 여기에 무대와 객석을 가로지르며 등장하는 샤우뷔네 극장 배우들의 역동적인 앙상블과 라이브로 연주되는 드럼의 강한 비트는 첨예하게 펼쳐지는 정치적 대립과 술책에 마치 관객들마저 직접 개입되어 있는 듯 긴장감과 몰입감을 고조시켰다.

오스터마이어가 중요하게 생각 한 건 ‘리처드3세’의 권력과 욕망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광기를 지닌 인물은 아니다. 자신의 정치적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욕망을 이용하는 리처드 뿐 아니라, 흉측함에도 불구하고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에로틱한 권력을 휘두르는 그의 특별한 매력과 리처드를 움직이게 만드는 매커니즘을 보다 깊이 들여다 본 것.


오스터마이어는 ‘리처드 3세’에 대해 리처드 3세의 엔터테이너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관객은 리처드 3세의 사악한 면모에 유혹당해 공범자가 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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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리처드 3세를 악인으로 치부하기보다 관객을 유혹하는 광대나 엔터테이너, 또 우리 내면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하는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며 “ 그가 어떻게 우리를 즐겁게 하고 관객을 유혹할 것인가에 주목했다” 고 밝혔다.

사진=LG아트센터 제공사진=LG아트센터 제공


사악한 엔터테이너 면모를 부각시킨 이번 ’리처드 3세‘의 번역과 각색은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극작가 마리우스 폰 마이엔부르크(Marius von Mayenburg)가 담당한다. 영어의 운문을 산문적인 독일어 대사로 바꾸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한국어 자막을 함께 제공한다.

연출가는 ”독일어는 영어보다 음절이 많다“며 ”애초에 영어식 운문을 독일어식 운문으로 번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인물의 심리를 더욱 잘 파고들기 위해 산문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통해 인물들의 복잡함에도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진행되는 공연은 자막이 사용된다. 오스터마이어는 ”한국어 자막의 위치를 어디에 두느냐가 관건이었다“며, ”관객들 시야의 중간 지점에 배치해, 자막을 보는 동시에 배우들의 독일어 대사와 연기를 따라가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작품에서 무엇보다 압도적인 존재는 주인공 ‘리처드 3세’역을 맡은 배우 라르스 아이딩어(Lars Eidinger)다. 독일의 대표적인 연극배우 겸 영화배우인 아이딩어는 1999년부터 샤우뷔네 앙상블의 단원으로 활동하며 오스터마이어의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였으며, 2010년 내한한 <햄릿>에서 독특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햄릿을 그려내 극찬을 받기도 했다. 공연은 14일부터 17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휴식시간 없이 2시 30분간 진행되며, 19세 이상 관람가이다.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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