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대안·비전·반성 3無에 '팀킬'…보수, 기득권 내려놓고 인적청산부터 해야"

[서경 펠로 '무너진 보수' 진단]

11



‘반성도 대안도 인물도 없는데 미래가 있겠나.’

야권의 지방선거 참패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평은 이렇게 요약된다. 18일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들은 사분오열된 보수진영이 대안도 비전도 반성도 없는 ‘3무(無)’로 일관하며 시대와 민심의 흐름을 놓쳤다고 진단했다. ‘너무 튀었거나(자유한국당) 너무 안 보여서(바른미래당)’ 결과적으로는 중도 표도 끌어안지 못하고 보수까지 가르는 ‘팀 킬’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펠로들은 인적 청산과 정체성 재정립 등 ‘해체 수준’의 고강도 쇄신으로 새로운 보수진영을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보수가 선거에서 참패한 원인으로는 대안 부재를 꼽았다. 이상일 전 의원은 “한국당은 탄핵사태 이후 개혁과 쇄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보수 꼴통’의 경직된 이념 성향만 노출했다”며 “정부를 비난만 했지 논리적인 지적이나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홍준표 전 대표를 중심으로 이미지를 지나치게 오른쪽으로 가져갔다”며 “상대 공격만 있다 보니 합리적 보수인 사람마저 끌어안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시대의 흐름을 놓친 것도 큰 패착이다. 보수진영은 한반도 긴장 완화 국면에서 구시대적 안보관을 드러내며 고립을 자초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냉전체제 해체라는 세계사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안보 보수에 집착했다”며 “사안마다 비난으로 일관할 뿐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도 수구적인 태도와 이에 반발하는 세력이 뒤엉키며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한국당 ‘보수 꼴통’ 성향만 노출

‘평화’ 시대 흐름 놓친 것도 패착

바른미래는 세력다툼에 ‘OUT’


새 리더십·정체성 재정립 등

관련기사



해체 수준 고강도 쇄신 불가피



보수 재건을 위한 제1 과제로는 인적 청산을 주문했다. 최 교수는 “한국당의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소위 ‘친박’이라 하는 인물들이 버젓이 활동했고 보수를 대표할 리더십도 부재했다”며 “정책보다 인적 청산이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정리가 돼야만 새 구심점으로서의 리더와 젊은 인재들이 발굴되고 구시대적 행태가 청산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인적 청산은 자연스레 인재 발굴로 넘어간다. 채수찬 전 의원은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물론이고 정치권 전반이 정책에 대한 방향성도, 이를 극복할 좋은 인재풀도 없다”고 진단했다. 정체성의 재정립을 강하게 주문하기도 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정체성부터 혼동하는데 정계개편에 빅텐트는 어불성설이자 배가 산으로 가는 격”이라며 “내부 정리정돈을 한 뒤에 각자의 진단과 처방으로 정계개편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재조립 수준의 보수 재편은 의미가 없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기존 틀에서 조직 몇 개를 더하고 빼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채 전 의원은 “전혀 다른 제3 세력이 나와 새로운 비전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며 “몇십 년이 걸릴 수도 있는 일이어서 완성 시점을 못 박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전 의원도 “두 당은 미련 없이 해산하고 국회의원들은 당분간 무소속으로 있을 필요가 있다”며 “폐허의 쓰레기더미를 치우고 제로에서 새 야당을 건설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송주희·박우인·하정연·양지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