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공정위, '통행세' 몰아준 LS그룹 총수 일가 검찰 고발...‘역대 최대’ 260억원 과징금도

공정위, LS그룹 부당내부거래 엄중 제재

총수 일가, LS글로벌 설립해 중간 마진 챙겨

최고 의사결정기구 '금요간담회'서 총수 일가 직접 관여




총수 일가 소유의 회사를 설립하고 그룹 내 일감을 몰아주는 식으로 ‘통행세’를 걷어 온 LS그룹이 총 26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역대 통행세 관련 제재 중 과징금 규모가 가장 크다. 이번 사건에 직접 관여한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과 구자엽 LS전선 회장, 구자은 LS니꼬동제련 전 부사장 등 6명은 검찰에 고발 조치된다.

공정위는 LS전선(현 LS)과 LS니꼬동제련이 LS글로벌인코퍼레이티드(LS글로벌)를 10년간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260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법인은 물론 총수 일가와 경영진 6명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LS전선은 지난 2005년 말 총수 일가와 공동 출자해 LS글로벌을 설립하고 그룹 내 계열사들이 핵심 품목인 전기동을 구매·판매하면서 이 회사를 거치도록 하는 거래구조를 설계했다. 그룹 내 전선 계열사들의 전기동 통합구매 사업을 수행한다는 명목이었다. 전기동은 동광석을 정·제련해 생산되고 주로 전선의 원재료로 사용된다.

이 같은 거래 구조를 설계한 뒤 LS전선 등 전선 계열사 4곳은 LS니꼬동제련으로부터 전기동을 구매할 때 LS글로벌을 거래 중간에 끼워 넣고 통합 구매에 따른 물량 할인 명목으로 저가 매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LS글로벌은 중계업체임에도 불구하고 계약 협상시 실질적 역할을 하지 않았고 LS니꼬동제련과 LS 4개사가 직접 거래조건을 협상했다. LS글로벌은 2006년부터 현재까지 당기순이익의 53.1%에 해당하는 130억원의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받았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또 LS전선이 해외 생산업체나 트레이더로부터 수입 전기동을 구매할 때 LS글로벌을 거래 중간에 끼워 넣고 거래마진 명목으로 고가 매입을 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LS글로벌은 2006~2016년 당기순이익의 27.7%에 달하는 67억6,000만원의 경제상 이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LS글로벌은 LS니꼬동제련 전기동의 저가매입과 수입 전기동의 고가판매 거래를 통해 이중으로 수익을 챙긴 셈이다. 이런 식으로 LS글로벌과 총수 일가에 막대한 부당이익이 유입됐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2006년 이후 LS니꼬동제련과 LS전선이 LS글로벌에 제공한 지원금액은 총 197억원에 이르고, 이는 LS글로벌 당기순이익의 80.9%에 달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LS글로벌의 주주로 참여한 총수 일가 12명은 일감 몰아주기 과세 시행 직전인 2011년 11월 보유하던 주식 전량을 LS에 매각해 총 93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LS글로벌의 지분은 LS전선이 51%, 총수 일가가 49%씩 나눠 가졌는데, 총수일가 지분은 총수 3세를 중심으로 분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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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로 인해 국내 전기동 거래시장에서 공정거래 질서가 심각하게 훼손됐다. LS글로벌은 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행위로 일시에 유력한 사업자의 지위를 확보했고, 경쟁 사업자의 신규 시장진입도 봉쇄됐다. LS글로벌의 연 평균 시장점유율은 국내 전기동 판매시장의 24%, 수입동 중계거래시장의 26.5%를 독식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총수 일가가 직접 관여한 것으로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그룹의 지주사인 LS는 LS글로벌 설립 초기부터 경영상황과 수익을 모니터링하고, LS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금요간담회 등을 통해 총수 일가에 보고했다. 특히 계열사가 LS글로벌 지원에 소극적인 경우에는 LS가 적극 개입해 거래구조를 유지 시키는 행위도 있었다.

공정위는 이 사건의 거래 당사자들이 행위기간 동안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을 인식하고서도 거래 중단이나 거래구조 변경보다 공정위 조사에 대비한 대응 논리를 마련하고, 내부문건 구비와 은폐, 조작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사건을 주도한 LS에 111억4,800만원과 LS전선에 30억3,300만원, LS의 교사를 받아 계획을 실행한 LS니꼬동제련에 103억6,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수혜를 받은 LS글로벌은 14억1,600만원의 과징금 부과가 결정됐다. LS와 LS니꼬동제련, LS전선은 법인 고발 조치가 취해지고,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구자엽 LS전선 회장, 구자은 LS니꼬동제련 전 부사장, 도석구 LS니꼬동제련 대표, 명노현 LS전선 대표, 전승재 전 LS니꼬동제련 부사장 역시 검찰에 고발된다.

이번 사건 심의에 앞서 LS는 기업 스스로 시정 방안을 제시·이행해 법 위반의 위법성을 따지지 않는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했지만 공정위는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대기업집단이 통행세 수취회사를 설립한 뒤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 일가에게 장기간 부당이익을 제공한 행위를 적발하고, 엄중 제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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