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월드컵 징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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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프랑스는 직전 대회 우승자다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한 채 16강 탈락의 고배를 맛봤다. 세계의 축구 팬들은 프랑스가 화려한 아트 사커의 진수를 보여줄 것을 기대했건만 첫 경기부터 세네갈에 0대1의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우루과이와 무득점으로 비기더니 조별 리그 마지막에서도 덴마크에 0대2로 져 일찌감치 귀국 길에 올라야 했다. 프랑스가 직전 대회 우승국에 망령과도 같은 ‘디펜딩챔피언 불운 징크스’를 끝내 털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징크스는 고대 그리스 마술에 사용된 딱따구리의 일종으로 불길한 징조나 악운을 의미한다. 멘탈이 중요한 스포츠 선수 사이에는 유독 징크스가 많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진공청소기’로 불린 김남일 선수는 축구화를 반드시 왼쪽부터 신는다고 한다. 라인을 밟으면 불운이 따른다고 해서 경기장 선을 건너뛴다. 선수 개개인에 그치지 않는다. 기록과 승부 결과가 쌓이다 보면 팀 단위 징크스가 생긴다. 과학적으로 인과관계는 없지만 불운이 반복되다 보면 심리적으로 위축되니 여간 고약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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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도 여러 징크스가 화제다. 전 대회 우승자의 굴욕은 러시아에서 되풀이됐다. 전차군단 독일은 18일 열린 1차전에서 멕시코에 0대1로 패했다. 세계 랭킹 1위이자 우승 후보인 독일이 멕시코에 진 것은 33년 만이니 징크스의 불운이 묘하기 만하다. 전 대회 우승자의 참극은 1974년부터 개막전에 개최국 대신 전 대회 우승팀이 출전하면서부터 징크스로 자리 잡았다. 그해 브라질에 이어 서독(1978년)과 아르헨티나(1982년) 등이 차례로 징크스를 이어갔다. 2006년 독일월드컵부터 개막전은 원래대로 주최국 경기로 바뀌었지만 우승국 징크스에는 마침표가 찍혀지지 않았다. 2006년과 2010년 각각 우승한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4년 뒤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1회전 탈락의 굴욕을 당했다.

기록처럼 징크스도 깨지기 마련이다. 스페인은 2010년 저 유명한 ‘펠레의 저주(펠레의 예측은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다)’와 ‘첫 경기에 패배하면 우승을 못한다’는 징크스를 동시에 깼다. 이번 대회에서도 징크스의 이변이 나왔다.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는 이집트를 희생양으로 48년 동안 괴롭힌 첫 경기 무승의 불운에서 벗어났다. 징크스는 월드컵을 보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권구찬 논설위원

권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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