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여명] 샤오미의 IPO 그리고 1,700억원 내기

김현수 증권부장

샤오미, 내달 세계 최대규모 IPO

상장 후 시총 최대 703억달러

매출에선 거리전기가 승자지만

시총 하향세에 승부 '예측불가'

김현수



지난 2014년 11월 중국 베이징 컨벤션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검은색 티셔츠에 청바지 그리고 뉴발란스 운동화까지 스티브 잡스의 짝퉁으로 여겼다.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의 첫인상은 그랬다. 400위안(약 6만8,000원)의 입장료가 아까워 준비해간 질문지를 통에 넣었다. 중국은 요즘도 신제품 발표회에 입장료를 낸다. 공식 인터뷰를 거절한 레이쥔에게 “1년 전의 ‘10억위안 내기’에 아직도 자신이 있냐”고 물었다. 2013년 12월 레이쥔은 CCTV 올해의 인물상을 받으며 ‘5년 내 거리전기의 매출을 넘어서면 1위안을 달라’고 둥밍주 회장에게 요청했고 이에 둥 회장은 “제대로 걸자. 10억위안으로 하자”고 맞받아쳤다. 레이쥔의 답은 간단했다. “거리보다 난 친구도 할 일도 많다.” 당시에는 이 말이 무슨 의미이고 어떤 변화가 따를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다음달 9일 ‘대륙의 실수’에서 출발해 ‘대륙의 기적’으로 평가받는 샤오미가 홍콩 증시에 기업공개(IPO)를 한다. 주당 17~22홍콩달러에 21억8,000만주를 상장해 480억홍콩달러(약 6조8,064억원, 61억달러)를 조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들어 세계 최대의 IPO 규모다. 샤오미의 상장 후 시가총액은 539억~703억달러에 달한다. 샤오미의 상장 소식에 일반투자자들도 흥분했지만 중화권 부호들도 투자 참여 소식을 전했다. 리카싱 전 청쿵그룹 회장이 3,000만달러를 투자하고 마윈 알리바바 회장, 마화텅 텐센트 회장 등도 샤오미 주식을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마윈 회장은 23일 홍콩에서 열린 샤오미 상장 설명회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샤오미의 기적은 예측된 결과일까. 아니다. 평범을 뛰어넘은 판단과 리더십의 결과다. 2010년 ‘작은 쌀 한 톨은 큰 산과 같다’는 불교 경전에서 영감을 얻어 설립된 샤오미는 이듬해 스마트폰을 출시해 1,800만대를 팔았고 2014년에는 7,700만대 판매를 기록했다. 뛰어난 가성비로 중국인들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2015년 기술특허에 휘청이며 판매는 꺾였다. 기업가치도 하락하며 ‘대륙의 착각’에 불과하다는 조롱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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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에디슨과 반대다. 1%의 영감이 99%의 노력보다 훨씬 크고 중요하다”고 말했던 레이쥔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기술개발보다 마케팅으로 롱런하겠다던 초기 전략을 과감하게 버렸다. 성장이 한계에 달한 온라인 판매를 접고 오프라인 매장을 확보했다. 적시에 제품을 공급하는 생산 시스템에도 투자했다. 당시 만든 ‘샤오미의 집(小米家)’은 현재 중국 사물인터넷(IoT)의 실험실로 통한다. 공기청정기·로봇청소기·스쿠터·자전거 등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 다양한 전자기기는 동영상 스트리밍, 클라우드 등의 스마트 정보기술(IT)과 결합해 IoT로 연결된다. 레이쥔의 ‘할 일’은 IoT였다.

레이쥔의 친구는 누굴까. 샤오미는 인재와 협력사에 엄청난 투자를 했다. 샤오미 협력사는 1등이 된다. 아니 1등이 될 자신이 없으면 계약이 불가능하다. 인재에 대한 투자는 혀를 찰 정도다. 레이쥔은 직원 복지를 위해 지난해 40억5,000만위안을 지출했다. 자신의 주식을 직원들과 나누기도 했다. 다음달 상장 후 샤오미의 시가총액이 1,000억달러를 넘어선다면 레이쥔의 지분가치는 778억달러를 넘고 100번째로 입사한 직원은 1,500만달러의 지분을 보유한다.

2017년 샤오미는 1,146억위안의 매출을 기록했다. 거리전기는 1,550억위안으로 일단 지난해까지의 내기의 승자는 둥 회장이다. 2018년은 어떨까. 거리전기가 스마트폰·전기차 등의 신사업과 전통적인 에어컨 매출이 탄탄해 샤오미가 쉽게 따라잡기 힘들다고 하지만 모를 일이다. 만약 5년 전 레이쥔이 시가총액으로 내기를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거리전기의 현재 시가총액은 506억달러에 불과하다. 2018년이 반밖에 지나지 않았다. 10억위안 내기의 승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hskim@sedaily.com

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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