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말레이반도 물전쟁

3월 싱가포르 환경·수자원장관이 의회에 출석해 지난해 국민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을 보고했다. 143ℓ로 1년 새 5ℓ나 감소했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는 280ℓ 정도니 절반에 불과하다. 의회의 주요 관심사일 만큼 싱가포르에서 용수 문제는 국가적 현안이다. 그만큼 물 사용을 줄이려는 정책이나 캠페인의 강도도 세다. ‘물효율표시제’를 도입해 수도꼭지나 변기 등에까지 물효율등급을 붙이도록 강제할 정도다.




올해부터는 가정에서 모바일 앱을 통해 물 소비량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보급하고 있다. 이처럼 싱가포르가 물 사용을 줄이는 데 필사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수원이 부족해 대부분의 물을 수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물 공급 협정을 맺은 이웃 나라 말레이시아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물 협정이 처음 체결된 시기는 1927년. 당시 조호르왕국의 술탄 이브라힘 2세와 영국령 싱가포르 당국 간에 맺어진 게 시초다.


그때는 돈 문제를 따지지 않는 신사협정 수준이어서 별다른 갈등이 없었다. 지금 시행 중인 협정은 1962년에 새로 만들어졌다. 만료는 2061년. 이 협정에 따라 싱가포르는 하루 물 사용량의 절반인 2억5,000만갤런(약 9억4,600만ℓ)의 정화 처리되지 않은 원수(原水)를 말레이시아 조호르강에서 끌어다 쓴다. 대가는 1,000갤런당 0.03링깃(약 8원). 하지만 협정에 거래되는 물의 가격이 명시돼 있지 않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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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말레이시아가 ‘물 전쟁’에 또 불을 댕겼다. 15년 만에 재집권한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가 “공급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싱가포르에 물값 인상을 요구한 것이다. 싱가포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리셴룽 총리는 즉각 외무부 성명까지 동원해 “협정의 모든 조항을 준수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아버지인 리콴유 전 총리가 2000년 초 말레이시아의 압박에 대해 “수도꼭지를 잠근다면 군대를 보낼 준비가 돼 있다”고 했던 결기가 다시 느껴지는 듯하다.

그렇다고 마하티르 총리도 물러설 것 같지는 않다. 첫 집권 때 리콴유 전 총리와 자주 으르렁대던 앙금이 아직 가시지 않은 터다. 1998년부터 마하티르 총리는 여러 차례 싱가포르에 물값 시비를 걸어 마찰을 빚었다. 마하티르 총리와 리콴유가(家)의 2대에 걸친 물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 궁금하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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