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정규직 전환 1년...홈앤 노조 '고객볼모' 게릴라 파업

홈앤서비스 인터넷설치기사들

임금협상 갈등 이유로 불시파업

작업 마무리도않고 돌아가는등

강경한 태도로 사측 압박 논란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이 떠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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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 시흥동에서 가게를 열 예정인 50대 이모씨는 최근 유·무선 인터넷 설치 과정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 인터넷 상품에 가입해 설치 기사가 가게에 방문했는데 “집단행동에 참여하라는 공지가 나왔다”면서 작업을 마무리하지도 않은 채 갑자기 돌아간 것이다. 이씨는 “인터넷 연결이 안 돼 계산을 위한 포스(POS)를 사용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전모씨 역시 “인터넷이 고쳐지지 않으면 수업을 못 하는데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면서 “수리가 빨리 이뤄지지 않으면 상품을 해지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11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의 설치·수리 서비스 전문 자회사인 홈앤서비스와 노조 간 갈등이 깊어지면서 일반 고객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홈앤서비스와 ‘민주노총 희망연대노동조합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홈앤서비스노조)’는 지난달 1일 마지막 교섭 이후로 40일 동안 임금 교섭 협상을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6월 자본금 460억원 규모의 홈앤서비스를 자회사로 설립해 유무선 통신 서비스 협력사 소속 설치·수리 기사 4,600여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했다. 문제는 100개 협력사 소속이었던 설치·수리 기사가 각기 다른 조건으로 임금 계약을 체결했던 것을 개선하기 위해 양측이 논의를 시작하면서 발생했다.


노조는 고정급을 기존 월 158만원에서 266만원으로 높이고 감정수당과 실적급은 별도로 편성하되 설치·수리 건수에 따라 받는 ‘포인트제도’는 폐지하자는 주장을 내놓았다. 홈앤서비스 노조 관계자는 “조합원 대부분은 10년 이상 근무한 숙련 노동자고 가족을 부양하고 있는데 최저 시급 수준인 월 158만원의 기본급으로는 생활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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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SK브로드밴드와 홈앤서비스는 재무적 부담을 이유로 점진적으로 기본급 비중을 올리되 실적급 제도는 임금 개편 이후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노조 측의 요구안을 수용하면 연간 696억원의 재원이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면서 “이는 SK브로드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320억원보다 2배가 많은 규모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임금 교섭을 둘러싼 갈등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노조가 ‘불시 파업’ 등 강경한 태도로 사측을 압박하면서 이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고객으로 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노조는 최근 들어 근무시간대에 특정 지역의 조합원을 갑작스레 소집하는 단체 행동에 들어갔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회사는 별도 인력을 확보해 설치 장애 처리 업무를 직접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홈앤서비스 노조는 야간·초과 노동 등 설치·수리 기사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투쟁 활동이라는 입장이다. 홈앤서비스 노조 관계자는 “쟁의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고객 불편이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최소화 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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