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토요워치] AI스피커로 안방 선점한 아마존, 현관도 점령…초인종 누르면 사람 없어도 조명으로 인기척

<글로벌 IoT패권 경쟁도 '후끈'>

구글 '삼성페이 주역' 이인종 영입

클라우드 없이 독립 구동 AI칩 개발

中바이두·샤오미, 생태계 확장 맞손

토요와치 웹



‘현관부터 안방까지 점령했다.’

미국의 종합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지난 2월 초인종 회사 ‘링’을 무려 10억달러(약 1조1,200억원)에 전격적으로 인수하자 유력 외신과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안팎에서 터져 나온 평가다. 링은 와이파이(Wi-Fi)가 연결된 초인종과 보안용 비디오카메라 등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제조하는 스타트업이다. 이후 아마존은 4월 가정용 보안 서비스와 기기를 판매하고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에는 집 현관의 초인종을 누른 사람의 얼굴을 보여주고 외부인이 무단 침입하면 경고음을 울리는 기능 등이 포함됐다. 집안에 사람이 없을 때는 알아서 인기척을 내주는 조명 시스템도 있다. 가정의 보안이 아마존 IoT 기술로 통제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집 주인이 밖으로 나가기 전에 ‘보안 상태로 변경’이라고 말하면 자동으로 창문과 모든 문이 잠기고 감시카메라도 활성화하는 등의 방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아마존이 (IoT 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홈 시장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24년 전 인터넷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은 물류와 유통 등 주력 사업 분야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IoT 기술을 도입한 기업이다. 아마존이 이미 구글이나 애플 등에 앞서 2014년 출시한 인공지능(AI) 스피커 ‘에코’는 IoT 기술을 기반으로 거실과 침대에서 가정 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에코를 중심으로 여러 가전기기를 비롯해 조명·현관문 등을 제어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에코는 전 세계 AI 스피커 시장에서 줄곧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해만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2,200만대(포브스 추산)가 팔렸다.


더 무서운 것은 아마존이 IoT 기술을 사용자의 ‘구매’와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아마존은 2015년 선보인 IoT 기기 ‘대시 버튼’을 통해 간편 전자상거래서비스를 처음 접목했다. 사용자가 인터넷에 연결된 대시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특정 제품이 주문돼 결제까지 마치고 배송이 이뤄지는 서비스다. 이를테면 특정 세제의 대시 버튼을 세탁기 옆에 부착해 내용물이 떨어질 때마다 누르는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어 지난해 7월에는 제품 바코드만 찍어도 정보를 파악해 바로 아마존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아주는 휴대용 기기인 ‘대시 완드’를 내놓았다. 언제 어디서든 IoT 기술로 원하는 물건을 즉시 파악하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할 수 있는 시대를 연 것이다. 게다가 오는 2019년에는 가정 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가전기기와 각종 시스템을 관리하는 로봇도 출시할 예정이다.



아마존


IoT 시장에서 아마존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구글이다. 아마존이 AI 스피커와 집안 시스템의 연결, 전자상거래 기능과의 접목 등으로 IoT 강자로 자리매김했다면 구글은 ‘두뇌’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실제 구글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18’ 행사에서 IoT 기기 내에 탑재해 직접 대규모 데이터를 수집하고 빠르게 분석·처리할 수 있는 AI 칩 ‘에지 TPU’를 공개했다. 에지 TPU는 동전보다 훨씬 작은 크기지만 사용자로부터 수집된 데이터를 기존 IoT 기기와는 다르게 ‘클라우드 서버’로 보내지 않고 자체적으로 판단해 작동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칩의 개발은 삼성전자에서 AI 플랫폼 ‘빅스비’와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페이’를 이끈 이인종 구글 IoT 총괄 부사장이 주도했다. 이 부사장은 올 2월 삼성전자에서의 성과를 인정받아 구글로 이직했다. 이 부사장을 중심으로 IoT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구글은 중장기적으로는 식량과 물 부족 등의 전 인류적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IoT 시장에서 미국 ICT 기업의 독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기업의 추격 속도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중국의 구글이라고 불리는 바이두와 가격 대비 좋은 성능의 전자기기를 연달아 내놓아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이 붙은 샤오미의 제휴가 대표적이다. 양사는 지난해 11월 각사의 AI 및 IoT 생태계를 결합한다는 내용의 제휴 사실을 발표했다. 바이두는 차량용 IoT로 거론되는 ‘커넥티드 카’ 부문에서 현대·기아차와 협업 관계를 구축하는 등 성과를 냈고 샤오미는 대부분의 생산 기기에 인터넷 기능을 붙이면서 생태계를 확장해왔다. 샤오미 창업자인 레이쥔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자체 IoT 플랫폼에 연결된 기기 수는 8,500만대를 넘어섰고 하루 평균 이용량은 1,000만대에 이르렀다”고 성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샤오미 IoT 기기의 열성적인 소비층이 중국 내에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배용국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은 “중국은 전체 국가 중 IoT 기술과 관련해 가장 많은 출원 건수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최근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앞으로도 주요국 중에서도 가장 많은 특허 보유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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